가정 지도 하겠습니다

by 소금별


눈 내리는 아침, 뉴스에는 연일 폭설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지만 경기도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최근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적이 있었나 싶게 물을 머금은 습설이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다. 폭설로 인해 아이들 등교 시간이 10시로 늦춰졌다. 학교까지 거리가 있어서 아이들은 출근하는 아빠 차를 타고 등교를 했다.

“등교가 힘든 학생들은 천재지변에 따른 출석 인정을 하겠으니 집에서 쉬도록 해주세요!” “학교 정문쪽 상황이 안좋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가정에서 지도해주세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카톡에 불이 났다. 선생님의 말에 엄마들이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답글을 올린다. 빠르게 달리는 답글에 마음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다.

아이들을 빨리 등교시킨 게 후회가 된다. 우리 집은 학교에서 거리가 멀다.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 아파트 단지 안까지 마을버스가 들어오지만 오늘은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가 가정지도를 한다는데 우리 아이만 조용한 교실에서 덩그러니 있겠구나!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학사일정 단축으로 오전만 운영한다는 소식을 조금만 일찍 알려주지! 원망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 두 시간 있다가 집에 올 것을 괜히 학교로 보냈구나, 버스는 있으려나 마음이 내리는 눈처럼 어지럽게 흩날렸다.

어제에 이어서 아침에도 계속 눈발이 이어지고 있다. 눈발은 야속하게 흩날리다가 그치다가 알 수 없는 내 마음처럼 변덕을 부린다. 밖을 쳐다보니 길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수북하게 덮여있다. 어쩌다 보이는 자동차는 굼벵이보다 더 느리게 조금씩 조금씩 앞을 향해 전진한다. 버스정류장에도, 거리에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진행 예정이던 음악회가 취소되었다는 문자가 온다. “대설특보로 인해 일부 버스노선 운행이 지연 및 중단되고 있습니다.” 띠리링, 띠리링! 안전 안내 문자는 끝이 보이지 않게 울리고 있다.

잠시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폭설로 찾아온 첫눈은 낭만을 앗아가고 재앙으로 변해 모두의 발을 묶이게 했다. 뉴스에서는 교통사고와 대중교통 지연 소식이 이어진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다시 흐려진 창밖을 보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려본다. 집으로 들어올 아이들을 생각하니 쌓인 눈처럼 내 마음도 천천히 녹아내린다. 눈발 속에서도 따뜻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늘에서 눈이 세상을 커튼처럼 드리우며 끝없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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