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수 교체

by 미스터규

교장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아리수는 혜택도 없고,


무엇보다 교직원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야기였다.


가능하다면 정수기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살펴봐 달라고 하셨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요즘 학교들 사이에서


아리수를 정수기로 바꾸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처음엔


2층마다 한 대씩만 놓으면 어떨까,


조심스레 계산을 해보았다.

하지만 담당직원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설치되지 않은 교실에서


왜 우리는 없느냐는 민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결국 결정을 바꿨다.


부분이 아니라 전부.


아리수 전체를 정수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총 열 대.


단, 쓰이지 않는 공간과


얼마 전 새로 교체한 곳은 조용히 제외했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은


누군가는 마실 수 있고


누군가는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정수기는 그날


물이 아니라


작은 공평함을 학교에 들여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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