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7년 차. 지금도 온전히 이해를 하진 못하지만 '남편'의 취미는 온라인 게임이다. 주말이 되면 거의 모든 시간 온라인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아이가 없던 10년 동안은 그 시간이 24시간 중 10시간 이상인 경우도 허다했다. 결혼 초, 나는 남편의 이 취미 생활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식음을 전폐하거나,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아니었기에 나와 다른 남편의 취미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본인이 취미 생활을 즐겨야겠다 맘을 먹으면, 스스로 나서 집안일을 척척 해댔다. 이를 테면 주말 아침은 늘 남편이 차리거나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접는 등의 집안일을 척척 나서서 해주니 나로서는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남편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달랐고, 17년을 살았어도 그건 어느 부분에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역마살/ 남편은 집돌이, 나는 낯선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족/ 남편은 익숙한 공간을 선호하는 은둔족, 나는 주말은 '노는 날'/ 남편의 주말은 '쉬는 날'.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의 '다름'은 어느 정도 절충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다름을 확실히 느끼는 건 기본적인 여가를 즐기는 마인드다. 주말마다 어딜 가고 싶어 하는 나와 집에서 하루쯤은 씻지도 않고 꼼짝 않고 싶어 하는 남편은 매번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서로 이해해 주지 못한다. 부부 사이의 '다름'은 어디 라이프스타일 뿐이겠냐. 우리처럼 죽이 잘 맞는 부부도 생활습관이나 가치관 등 사소한 것 하나 다름을 인정하는 데 꼬박 십몇 년이 걸린 듯하다. 여행을 가기로 한 어느 날 아침, 여행 짐을 싸고 샤워 후 잠시 단장하는 그 사이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게임을 해야만 하는 그 취미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 생활에 노력하는 그 모습이 가상하여 나는 그의 취미를 '인정'하게 되었다.
17년을 산 부부이지만, 이따금 나완 다른 새로운 모습의 배우자와 마주한다. 17년째 계속되는 그의 취미생활을 관전하는 날도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재밌길래 근 십 년 동안 저 게임을 저렇게 하는 건지 그의 취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만의 노력으로, 그의 세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다.
그도 그렇겠지. 자기와 달라도 너무 다른 나로 인해, 결혼 후 17년이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고 결혼을 후회한 적도 있을 것이고, 내가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순간도 많겠지.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건 오늘 현재도 진행 중이며 그 매 순간은 참 어렵고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