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괴로울 때는 어떻게 할 거야?

by 햇기

그런 날이 있다.

너무나도 괴로워서 감당할 수 없는 날.


오늘이 그런 밤인가 봐.

이런 날 이면 보통 약을 찾는다.


"선생님 감정이 폭발할 때면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이 약을 드시면 좀 괜찮을 거예요"


손에 올려진 작은 은색 포장지 귀퉁이를 뜯는다.

건조한 표면의 둥글고 납작한 알약 하나.


입에 넣으니 자일리톨같이 시원한 단맛이 돌며 스르르 녹는다.

조금의 쓴맛이 혀를 괴롭히기 전에 얼른 물을 마셔 삼킨다.


리스페리돈은 조현병 치료제라고 알고 있었는데,

흥분된 감정 조절에도 도움이 되니보다.


먹자마자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줄 몰라하던 내 마음은, 식도를 통해 알약을 넘기자 조금 진정한다.


우울증 약이나 그런 것들의 단점은,

좀체 나를 슬픔의 늪에 빠지게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을 먹기 전에는 끊임없이 가라앉으며 괴로워했는데, 약을 먹으니 어느 순간 나를 살포시 잡으며,


"더는 떨어지지 마" 하며 속삭이는 것 같다.


억울해. 나는 더 깊이 슬퍼하고 아파하고 싶었는데

네가 왜 나를 그러지 못하게 하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현관밖으로 나선다.


캡슐을 이로 가볍게 물어 톡 깨뜨린 뒤 잘 붙지 않는 불을 애써 붙이며 숨을 들이쉰다.


아, 담배가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즉각적이고 편안하다.


약 한 알에 잡혀버린 슬픔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만 흘겨본다.


'음.. 그래도 마냥 아파하던 전보다는, 괜찮아진 거겠지? '


애써 건조하게 웃으며 자기 위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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