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지 몰라

by 햇기

몇년전에 고등래퍼를 봤던게 생각이 났다.


자유로워 보이는 하온씨의 모습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꿀벌같은 옷을 입고 미소를 띈 입으로 리듬감 있는 랩을 뱉는 그가, 정말 멋있어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7년전의 중학생이었던 나는 어땠었나. 검은 단발머리에 뿔테안경을 끼고 항상 우울했던 표정으로 학교에 다녔던것 같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버겁지만, 그 때의 내 마음은 잘게 부서져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으로 가라앉는듯 했다. 가족과의 갈등은 끊임이 없었고, 거의 대부분의 밤을 눈물 젖은 배게와 함께 보냈다.


왜 그렇게 아팠을까. 이제와서 보아도 잘은 모르겠다. 그런데 어렴풋 짐작하기로는 나는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 끽해봐야 열 몇살 먹은 아이한테 너무 다그치며, 탓을했고, 그 어렸던 나는 나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예민하고, 감성적이고, 상처를 잘 받는 이런 나를 이제는 조금 알지만, 그 때는 내가 잘못된 사람이라서,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너가 이상해서 애들이 안놀아 주는거야"


"이 찐따야"


"너가 너무 미워. 너때문에 그런거야"


어디에도 속시원 하게 내뱉어 본적 없는 내 감정은, 그렇게 내 마음을 조준하는 화살이 되어 잔인하게 부셔댔다.


그래서 죽고싶었다. 이런 내가 너무 싫어, 나를 파괴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삶을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죽는다는건, 사는것 만큼 힘든듯 했다.


그래. 벌써 죽기에는 무서워 ..


죽은 셈 치고, 그냥 죽음앞에 있는 사람들을 돕자고 생각했다.


이게 내가 응급구조사를 꿈꾼 이유이다.


더 나아가 간호학과에 간 이유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는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상처를 받고 휴학을 하고.. 나는 나름대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내서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할까..


여전히 오른 팔은 죽죽 그어진 흉터로 가득하고,

여전히 죽고 싶은 마음은 가끔 떠올라 나를 괴롭히지만


일단 지금은 살아있으니깐

입꼬리를 주욱 올려 건조한 미소를 한번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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