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과 함께이고 싶다

by 햇기


어둡고 차가운 방, 홀로 누워있는 한 사람이 있다.

공허하게 뜬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그 큰 눈망울에서는 눈물이 흘러 베개를 적신다. 아려오는 마음을 어쩔 줄 몰라 가슴을 작은 손으로 겨우 붙잡는다.


똑바로 누워있는 게 찌뿌둥해 살며시 오른쪽으로 돌아 눕는다.

암순응으로 어둠에 적응된 시야 사이로 흐릿하게 오른팔이 보인다.

죽죽 그어져 있는 흉터들.

눈에 보이니 더 쓰라리다.



누가 좀 안아줬으면 좋겠다. 제발



그냥 나에게 필요했던 건 작은 온기였다.

어두운 터널, 끝이 안 보이는 그 터널에 빠져서 길을 잃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있었다면,..


간절했다. 그때는 그 손길이 말이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어둠에 잠기고 머릿속엔 밝은 들판이 펼쳐진다.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푸른 들판. 보드라운 작은 풀밭에 눕는다.

내 옆에는 나를 바라봐주는 그가 누워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를 보면 내 모든 아픔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눈을 뜨니, 다시 현실이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네. 긴 밤이 될 것 같다.






내가 약을 먹고, 밤에 잠을 자기 전에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는 때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였다.

그 당시에는 나의 세상이 전부이고, 모두 무너져내려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 마음이 아팠다.

흔히 마음이 아프다는 건 신체가 아픈 것과 다른 종류의 고통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나에게 마음의 고통은 묵직하게 명치를 두들겨 맞은 그 느낌과 같았다.

끝없이 어두운 곳으로 추락하는 내 여린 마음을 붙잡을 힘조차 없었다.


왜 그렇게 아팠는지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답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밤을 "나는 왜 이럴까"라는 고민과 함께 지새운 결과 그나마 내린 답은, 내 여린 마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너무 쉽게 상처를 받았다. 하나하나 의미부여를 했고, 그것은 나를 다치게 할 뿐 ,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처는 혼자서 받지 않는다.

상처는 사람과의 관계, 그러니깐 인간관계에서 온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온기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누구에게나.


내가 고등학생 때, 아니면 그 보다 어릴 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았던 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다시 버림받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약을 먹으니 어두컴컴한 터널에 창문은 뚫린 기분이다.

시야가 조금 넓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니깐 보이는 것은 우선 내 모습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들을 조금씩 알고 있다.



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구나.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들의 온기를 필요로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원한다. 사람들을 위해 살아간다면 나는 행복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자신만의 열망이 있다.

나에게는 그게 '사람'이라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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