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ENSE 모델이 되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쇼핑몰 SSENSE 피팅 모델의 일상

SSENSE는 몬트리올에 위치한 명품 브랜드들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모델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나를 쓰고 싶다는 관심을 표했었지만 몇 달간 기다린 끝에 드디어 8월 첫째 주부터 SSENSE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택시를 타고 몇십 년 전부터 각종 의류 회사들과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Chabanel이라고 불리는 거리에 위치한 SSENSE에 도착했다. 내 이름과 정보들을 입력해 출석체크를 하는 태블릿을 거쳐 스튜디오로 향했다. 첫날에는 일단 내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정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주로 화장을 안 한 듯 아주 자연스럽고 깨끗한 피부를 연출해 내는 것이 목적이라 단순할 것 같기도 하지만 나를 모든 사진에서 똑같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꼼꼼하게 시작했다. 머리는 드라이기로 가지런하게 퍼지도록 만들고 귀 뒤로 넘긴 후 양쪽에 몇 가닥씩 튀어나오도록 손가락으로 만져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하도록 결정되었다. 얼굴은 몸의 피부톤에 더 가깝도록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자연스러운 음영을 주고 최소한의 눈썹과 입술 화장을 한 뒤 마지막으로는 눈 밑에 약간 어두운 아이섀도를 더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서 얼굴을 확대해 정면, 옆모습, 뒤에서부터의 옆모습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의 SSENSE가 취급하는 브랜드들은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으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이하고 과다하고 값비싸다. 그러한 옷들을 최대한 명백하게 보여주기 위해 화장기 하나 없어 보이는 모델들을 획일적으로 꼭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서있게 한다. 스튜디오 바닥에 붙어있는 테이프가 있는 곳에서 제일 먼저 정면으로 서서 카메라를 감정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진을 찍는다. 옷이 구김살 없고 수평이 맞도록 입혀지도록 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가 이곳저곳 세밀하게 고치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꽤나 길 때가 많다. 정면 사진에서 모든 게 합격이면 45도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지정된 곳에 시선을 맞추고 서서 두 번째 사진을 찍는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 옷매무새가 좋도록 뒷면에 클립을 꽂아 고정시키는 경우가 많아 옆모습을 찍을 때 클립이 보이는지, 겨드랑이 축이나 허리춤에 옷감이 끼어들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그다음에는 뒷모습이 보이도록 돌아서고 오른쪽 얼굴이 반쯤 보이도록 하고 사진을 찍는다. 특히 바지를 입었을 때는 엉덩이를 쑥 빼야 바지가 구겨지지 않고 곧게 보인다. 무릎을 약간 구부려 밑옷이 뒤쪽으로 쏠리지 않고 수평으로 내려오도록 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정면으로 돌아와 몸은 정면으로 향한 채 오른쪽 다리를 앞에 두고 왼쪽다리에 무게중심을 둔 채로 서고 얼굴은 45도로 돌린 채로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가방을 들기도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기도 한 채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한 옷 촬영이 끝난다.

(출처: SSENSE 공식 인스타그램)

SSENSE에서 일하게 되기 전에는 웹사이트에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마네킹들처럼 서있는 모델들의 사진이 획일적이나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져 하루빨리 나도 SSENSE의 모델이 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일하기 시작하니 아침 8시에 시작되어 5시 좀 전에 끝나는 기나긴 하루에 수많은 옷들을 입고 벗기으며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으려니 피로가 쌓이기도 한다. 그래도 전에 이미 함께 일했던 사람과 한 팀이 되거나 친절하고 즐겁게 일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날은 하루가 수월하게 흘러갔다. 반면에 완벽한 사진을 건질 때까지 불편한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긴 날들도 생겼다.

매주 두세 번, 마지막주에는 매일매일 SSENSE에서 일하느라 8월은 정말 바쁘게 흘러가버렸다. 정말 모델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난 한 달이었다.이제는 마네킹처럼 서있기도 꽤 익숙해졌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여러 표정을 지으며 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다른 촬영들도 더 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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