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새

by 페니킴

철컥철컥 가위소리가 들린다. 어릴적 엄마 손에는 커다란 가위가 들려있었다. 투박한 작업용 가위는 어린 내 손에는 크고 무거웠다. 검은색 손잡이와 무쇠로 만들어진듯한 날까지도 내겐 무시무시해 보였다.

" 거기 가새 좀 줘봐라."

가위를 사투리로 가새라고 부르던 엄마. 서걱서걱 가위가 천을 자르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어머니는 가위질도 여러번 하지 않았다. 단 한번 가위 날을 벌리고 쭉 훑어내린다. 가위 날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옷감이 반듯이 잘려 있었다. 능숙하게 잘라 나가려 부단히도 연습했을 굳은살 박힌 손가락이 아른거린다.

어머니의 가위질에는 인생이 담겨있었다.

직선은 자르기 편리하다. 갖다대기만 하면 스윽하고 잘려 나간다. 곡선은 자르기 쉽지않다. 그렇다고 곡선을 제대로 신경써서 자르지 않으면 그려진 선을 벗어나고 필요한 부분도 잘라버릴 수 있다. 우리 인생에도 직선만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을 더 풍부하게 하는건 곡선이 아닐까. 굴곡을 잘 잘라가며 인생을 제대로 재단해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위는 두 개의 칼날이 맞닿아 가운데 박힌 나사에 엇갈리듯 움직여 얇은 천을 잘라 나간다. 혼자만은 할수없는 작업. 뭐든 다 할수 있을듯 해도 혼자할 수 없는 일도 많다는걸 다시 한번 생각한다.

가위가 천을 자르다 살을 잘못 잘라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다시 붙일 수 없다는 사실, 한번으로 끝난다는 사실이 더 조심스럽게 가위질하게 만든다. 요즘 '말'을 함에 있어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번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입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엄마의 가위가 서걱서걱 내 기억속 어린 날을 잘라나간다. 성장한 내 머릿 속 아둔함과 어리석음도 함께 잘리는 듯 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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