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강아지 케어하기>
사실 강아지를 유치원에 보내는 비용이 그리 싼 편은 아니다. 내가 다녔었던 애견유치원은 위치 상으로 고소득층의 보호자님이 주로 오셨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을 보기도 했고, 강아지를 등하원 하시면서 타고 오신 차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보호자님도 계셨다. (난 차에 대해 관심은 없었는데 다른 직원분들이 비싼 차라며 소곤소곤 알려주곤 했다) 감사인사로 간식을 받기도 했는데, 비싼 디저트가게에서 대량으로 주문해서 나누어 주신 분도 기억에 남는다.
또 주 보호자님을 못 뵐 때도 많았다. 가정도우미분들이 오셔서 등하원을 하는 강아지도 꽤 있었다. 그럴 때는 조금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보호자님과 수다 좀 떠는 게 하원시키는 재미인데 그런 맛이 없다.
처음 그곳에서 일할 때는 보호자님들이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진 않을까 긴장도 했었고, 유명한 보호자님의 강아지가 오면 자칫 케어에 실수가 생기면 sns으로 날 찾아와 사람들이 비난을 받는 상상도 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일하다 보니 더 이상 비싼 차를 보거나 강아지 하네스가 디올이어도 감흥이 없어지게 되던 어느 날. 고소득층의 고객들을 내가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사건이 생겼다.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 보호자님께 강아지가 펫택시로 하원할 것이라고 전달드렸는데, 실수가 있었다. 상사가 보낸 택시는 동승자가 함께 탑승해야 이용가능했던 것이다. 반려동물만 단독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동승자가 내가 되었다. 택시 기사인 척 연기하며 강아지를 보호자님 댁으로 데려다주는 것이 내 임무였다. 그리고 보호자님 댁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하라고 했다. 미안하다며 택시비와 음료 기프티콘을 보내주셔서 나름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탑승을 했다.
가는 길은 재미있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도 강아지를 키우셔서 한참 수다를 떨며 갔다. 어쩌다 보니 내 직업의 고충에 대해 한탄을 하기도 했다. 아저씨도 부자 고객 대해 꽤 아시는 듯했다. 3교대를 하는 가사도우미가 있는 집도 본 적이 있다며 신나게 썰을 푸셨다. 그리고 어느새 차는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어느 동네에 도착했다.
동네는 한적하고 조용했고 종종 경비원인 듯한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집들은 하나같이 커다랗고 멋진 정원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본 회장님 집들이었다. 언제 이런 집들을 내가 구경해 보나 하며 휘둥그레 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보호자님 집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있다가 경비원이 나와 방문목적을 물었다. 나는 안고 있는 강아지를 보여주며 애견유치원에서 왔다고 했다. 경비원은 정문으로 날 안내했고 가사도우미 분이 나오셔서 강아지를 받았다. 강아지가 애견유치원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해 설명드리는 동안 내부를 살짝 볼 수가 있었는데, 대리석 기둥과 거실에 호수가 보였다.
집까지 그 펫택시를 타고 퇴근을 했는데, 나는 그 호수에 대해 신나서 아저씨께 설명드렸다. 다음 생에는 부잣집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고 내가 농담을 하자 부자가 될 생각을 하자마 웃으며 아저씨가 받아치셨다. 부자가 되어서 본인의 강아지의 아픈 다리를 고쳐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강아지가 안전하게 놀고 하원하길 바라는 보호자님과 강아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아저씨는 똑같은 반려인이었다.
택시 안에서 보호자에게 빨리 가고 싶어 하던 강아지가 과연 호수 따위를 신경 쓸까. 다리를 고쳐주지 못해도 호수 같은 거 없어도 아픈 강아지는 기쁘게 아저씨를 반길 것이다.
강아지는 그런 존재니깐.
내가 케어하는 강아지들은 부잣집 강아지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보호자와 강아지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