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과정

다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

by 최지우


우리는 종종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멈추게 된다.
누군가의 엄마로, 교사로, 혹은 동료로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이라는 존재가 그 역할들 뒤로 희미하게 밀려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삶의 모든 관계와 행동의 출발점에는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즉 자기개념이 자리한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나’와 ‘내가 인식하는 나’를 동시에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자기(Self)’는 바꿀 수 없는 원재료와도 같다.
내가 태어난 환경, 신체적 특성, 사회적 조건처럼 이미 주어진 것들이니까.
하지만 ‘자기개념(Self-concept)’은 이 원재료로 내가 직접 그려내는 그림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만들어진다.
즉, 나는 나를 바꿀 수 없지만, 나에 대한 생각은 바꿀 수 있으니까.


우리가 살아오며 만들어온 자기개념은 대부분 스스로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어릴 적 부모의 말 한마디, 친구의 평가, 사회의 기준이 나의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게 되니까.
“너는 왜 이렇게 소심해?”, “넌 참 착하구나.”
그 말들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이름표로 붙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 이름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아, 때로는 나의 행동과 감정, 생각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개념이 영원히 고정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표가 어떻게 붙었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는지, 어떤 사건이 나를 그렇게 믿게 만들었는지를 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그 말에 저항할 수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나는 소심해”라고 믿던 사람도 사실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일 수 있다.
“나는 부족해”라는 생각 뒤에는 “완벽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진심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를 다시 정의하는 힘은 바로 자기이해의 과정에서 생겨난다.


자기이해는 단순히 나의 성격을 분석하거나 장단점을 구분하는 일이 아니죠.
그것은 내 안에 존재하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이다.
기쁘고 자랑스러운 나뿐만 아니라, 불편하고 부끄러운 나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할 때 비로소 균형 잡힌 자기개념이 만들어간다.


긍정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 또한 나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내 인생의 해석자가 되는 일이된다.
타인이 만들어준 언어로 나를 정의하던 자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가 나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이름에는 완벽함보다는 진심이,

비교보다는 수용이,
그리고 ‘이대로도 괜찮다’는 따뜻한 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

교사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관계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온전히 서 있어야 한다.


‘나를 이해하는 일’은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더 넓은 사랑을 배우는 출발점이다.


오늘, 나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 한 문장이 새로운 자기개념의 시작이 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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