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친구 같은 부모가 아닌 지게꾼의 사랑
부모 교육에 참여한 부모님들께 종종 묻곤 합니다. "어떤 부모가 되고 싶으세요?" 그러면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과연 '친구 같은'이라는 표현이 내포하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바라는 부모 자식 관계의 이상향은 어디에 있을까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 말속에는 권위적인 부모보다는 자녀와 허물없이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친구 같은'이라는 단어에서 오히려 '친구는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느끼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란 나의 아픔, 고민, 실수까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로, 서로의 단점과 장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 친구가 엄마, 아빠가 되어준다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친구 같은'이라는 말에는 어쩌면 친구는 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친구에게는 솔직합니다. 내가 느끼는 불안, 걱정, 미움,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부모에게는 나의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맞아요. 부모님은 나의 고민과 걱정을 그저 가만히 들어주기 어렵기도 하고, 자녀 역시 부모가 나로 인해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가면을 쓰고 "괜찮다"라고 넘깁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결혼을 한 딸이 시댁에 갈 때는 거지처럼 허름하게 입고 가고, 친정 갈 때는 예쁘게 차려입고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딸의 입장에서 너무나 공감이 갔습니다. "엄마, 괜찮아. 나 잘살고 있어."를 보여주기 위해 한껏 치장을 하고 엄마를 만나는 딸들의 마음... 그 이면에는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깊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자식 간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는 친구보다는 서로의 걱정을 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지게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는 서로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때로는 진실을 모두 말하지 않고 침묵하며, 때로는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나는 괜찮다'라고 서로를 안심시키는 깊은 배려와 사랑이 담긴 관계일 것입니다. 온전히 상대방의 짐을 떠안기보다, 각자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그런 지게꾼 말입니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 관계를 '지게꾼'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서로의 짐을 들어주는 것보다, 짊어지지 않게 하려 애쓰는 존재. 이것이 우리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이자 진정한 정서적 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삶의 주체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는 보육 현장에서 이러한 '지게꾼'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