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부모 되기

02. 정서적 지지와 회복력

by 최지우


영유아의 정서적 보살핌과 건강한 성장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보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과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우울감과 좌절감에 빠지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힘들고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 회복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지지 척도’**라는 것을 저 또한 깨달았습니다. 특히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정서적 지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서적 지지는 대개 따뜻하고 다정한 ‘의사소통’을 통해 전달됩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을 살게 할 만큼 큰 위로와 회복의 에너지를 준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에게서 오히려 진정한 정서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점에 저 또한 깊이 공감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너무나 친밀하기 때문에 감정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사랑과 걱정마저도 지지하는 의사소통보다는 비난이나 공격의 언어로 전달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제가 만나는 부모님들과 아이들 사이에서도 종종 목격되곤 합니다. 너무나 사랑하기에 오히려 걱정이 비난의 언어로 둔갑하는 안타까운 상황들 말이죠.


한 사례가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10살 된 한 여아가 학교에서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반복적인 상동행동을 하는 틱장애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상담 회기를 거듭하며 정서적 안정감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상담자로서 제가 아이에게 건넨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의 말들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상담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가 다니는 학교 학급은 남아의 비율이 여아보다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 남학생이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는데, 모든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면서도 유독 그 여학생에게만 “너는 사준다는 얘기 안 했는데”라며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그 속상한 마음에 집에 와서 엄마에게 털어놓았지만, 엄마는 “네가 돈이 없니? 왜 거지처럼 얻어먹으려 하냐?”며 되려 화를 내셨고, 아이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상담 마지막 시간에 다다르자, 그 여학생은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선생님, 제가 아이스크림을 안 먹은 것보다, 제가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게 더 속상했어요. 만약 저였다면 그 단짝친구가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된다면, 그 친구의 편을 들어줬을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게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믿고 신뢰하는 누군가가 온전히 내 편이 되어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라고 정서적 지지의 의사소통을 해준다면, 우리는 마음을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가깝고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할 부모가 아이의 속상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보다 더 속상해하거나 오히려 상실감에 빠진 말과 행동을 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상처받은 마음을 더 꽁꽁 숨기거나 누르게 되어 마음의 병이 생기고, 결국 상동행동과 같은 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저는 보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며, 이러한 마음의 병이 행동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타인의 시선이나 부여된 역할에 갇혀, 마음속 작은 생채기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곤 합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채 억눌린 감정들은 결국 폭발하거나, 무기력함으로 이어지는 것을 저 또한 경험하곤 합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에게 먼저 '괜찮아, 힘든 건 당연해'라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힘은 원초적으로 내가 친밀감을 가지는 사람에게서 받는 정서적 지지의 의사소통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과 이 땅의 모든 이들이 거칠고 힘든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상처받은 마음이 빠른 회복력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정서적 지지의 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보육 현장의 최전선에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오늘부터 다시 한번 저 자신과 타인에게 따뜻한 지지의 언어를 건넬 것을 다짐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나에게 친절한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진정으로 친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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