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은 맡겨두고"
복직이 코앞이라 무어라도 내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아이들 에겐 미안하지만 홀가분하게 내 몸 내가 컨트롤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보고 싶은 거 보고, 쉬고 싶으면 쉬는, 나만의 시간이 고팠다.
혼자서 여행을 해본 적 있었다면 정말로 홀가분하게 '혼자' 떠났을 텐데, 그런 경험이 없어 주저하다가 친정 여동생이 홀가분 여행을 도와줬다. 나를 잘 아는 내 동생이라 단 둘이라면 혼자 가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편하지 싶었다.
그간 여행 갈 기회가 생기면 아이들, 양가 부모님과 함께였어서 이번에도 그래볼까 하다가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아이들 챙기고 양가 어른들 챙기는 여행은 내게 쉼의 영역이 아니다.
이런 생각의 흐름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번만은 정말로 나만 생각하고 싶었다.
만 2년 휴직기간 개인에게 남은 성과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내내 속상하고 억울하고 해서 온갖 감정이 엉키는 포인트였다. 그 속상함을 풀려면 한 달 여행이라 해도 풀리진 않을 것 같았다.
달력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여행이 가능한 기간은 5일여 되었다. 그마저도 남편 하루 연차, 친정엄마 하루 픽드롭, 아침 등교도움 등을 부탁해야 했다.
갈까 말까를 골백번 고민하다가 출발 하루 전에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숙소도 겨우 예약했다. 친정 동생은 미혼이라 자유로워서 틈만 나면 여행을 다니는 프로(?!) 여행러라 급히 정해진 여행날짜에 맞추어 본인이 다녀온 곳 중에 여행난도가 낮디 낮은 곳을 추천해 줘서 일사천리로 예약을 진행해 줬다. 마침 동생도 여행이 가능한 일정이라 너무 다행이었다.
(이래서 자매가 좋긴 하다.)
짐을 싸기 전에 미역국을 끓이고 짜장을 만들고, 큰 김치통에서 작은 반찬통에 먹기 좋게 김치 잘라두고, 반찬들 잘 보이게 냉장고에 배치했다. 나 없을 동안 모든 끼니를 사 먹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부실하게 먹음 안되니까 최소한의 끼니 챙김을 한 거다. 주방에서 부산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거 하나도 못 내려놓으면서 여행은 무슨... 3박 5일 집 비운다고 이렇게 비장할 일인가 싶다.
만 2년간 집중 한 아이들 케어, 집안 케어에 구멍이 나는 것을 내가 못 견디는구나...
2년간 내가 한 이 모든 케어가 남편이든 친정 엄마든 언제든 대체해서 할 수 있는 일, 나 없이 잘 굴러가는 일상이 된다는 것도 적잖이 억울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래서 더 유난을 떨며 남편에게는 나밖에 못하는 딸아이 머리묶기를 강조하며 연습하라고 잔소리하고 매일 아침에 옷 말끔하게 단정히 입혀 보내라, 끼니 잘 챙겨 먹여라 당부하고 친정엄마에게는 몇 시 몇 분까지는 어디에 도착해 있어야 하고 이 시간에서 이 시간 사이에 특히나 애가 이런 걸 하고 뭘 좋아하는 시간이다. 등등을 전했나 보다. 3박 5일, 아이들 일상에 구멍이 나도 아이들에겐 큰 경험이 될 것이고, 무리 없이 잘 흘러갔다면 그것대로 아이들이 성장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일 것을...
일상에서 떨어지는 마음을 여행 준비를 통해서 분명하게 느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