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 먹어요.

by 서르

둘째가 보름 만에 또 독감에 걸렸다.

A형 독감 확진 후 보름여 지났는데 B형 독감이라니. 겨울방학 전 둘째네 유치원에는 중요한 일정이 줄 줄인데 한숨부터 나온다.


"엄마 나 그러면 졸업앨범 촬영이랑 음악회는 어떻게?"라고 묻는데 이 와중에 7살 아이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할 줄 알게 된 게 감사하다.


이럴 때마다 되뇌는 한 문 장.

"육아는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

(김효원 교수님 강의 중)


그래도 나는 "휴직맘" 이므로 덜 무겁게 대처가 가능하다. 직장에 눈치 보며 연차 반차 돌봄 휴가 등을 들이밀지 않아도 되니까. 내 몸만 온전하면 못할 거 없다.


아픈 둘째 케어와 동시에 첫째 등하교학원픽드롭을 동시에 하려니 내 밥 챙겨 먹을 시간, 씻을 시간 등 아주 기본 적으로 해야만 하는 나 자신의 케어를 할 수가 없어진다. 그럴수록 뭔가 모를 공허함이 찾아온다.


잠시잠깐 앉아 쉴 수 있는 시간 15분 여가 주어졌는데 쉬는 것보다 씻기가 우선이겠다 싶어 샤워를 했다. 그래도 기분에 따라 골라 쓰는 바디워시가 두 종류 있어 내가 좋아하는 바디워시를 골라 씻고 머리에 물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첫째를 데리러 나갔다.


틈내서 샤워하는 것이 이리 산뜻할 일인가.

오늘은 첫째 간식준비는 패스하였지만 오늘 하루는 편의점에서 간식 해결하고, 다음 일정으로 '안전히' 넘겨놓고 둘째를 보러 갔다.


둘째 유치원 음악회 일정에 맞춰 열이 떨어져 가는 듯하여 올해 음악회 꽃다발은 다음날 새벽배송으로 오는 비누인형꽃다발 말고 생화꽃다발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찾아가서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기회에 생화를 꽃병에 꽂아 놓고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와 꽃가게에 가서 꽃을 고르고 꽃다발을 하나 사 왔다.


독감 걸린 둘째, 쉼 없이 픽드롭을 해야 하는 초등학생 첫째 돌보는 사이에 '꺼내 먹은' 샤워, 꽃다발 사기 두 가지로 하루 종일의 고단함을 견딜 수 있었다.


서랍 속 좋아하는 간식을 꺼내먹듯 근처 소소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뿌려두고 힘들 때 나를 위해 하나씩 해보는 나 챙김의 시간이 육아맘에겐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