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남편이 최고다
그 난리통에도 우리 식구는 잘도 피해 간다며 신기방기해 했던 코로나에게 결국은 잡히고 말았다.
시작은 울집 8살 꼬맹이였다.
잘 자고 일어난 아침 갑자기 “엄마 목이 아파” 하길래 다가가니 열기가 훅 느껴진다. 마치 몸 안 가득 불을 품고 있다가 불길을 훅 내뱉는 용처럼 아이 몸이 온통 열이었다.
남편이 꼬맹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 여보 꼬맹이 양성이야 “
이제는 감기 같은 코로나라고들 하니 생각보다 덜 무서웠다.
그냥 '올 것이 왔구나' 이런 정도의 느낌?
어차피 너와 나는 한 몸이니 달리 격리를 할 수도 없다. 그냥 우리가 안방을 점령하자 야호~!!
겁이 많은 꼬맹이를 안심시키느라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끌어안고 마치 선전포고를 하는 장군처럼 행동했더니 그제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워낙 애기 때부터 열이 나도 크게 칭얼대지도 않고 잘 이겨내던 아이라 이번에도 크게 힘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코로나라는데 많이 아프다는데...라는 생각에 해열제만은 믿고 있을 수 없었다.
꼬박 이틀 밤새 열보초를 섰더니 이내 열이 내렸다.
이번에도 역시 장하다 아들. 아주 잘 이겨냈어 고마워.
아프다고 울고불고하는 아이들도 많을 텐데 어쩌면 너는 잘 참는 건지 참을만한 건지 헷갈리게 잘 이겨낸다.. 그냥 열감기처럼 흘려보냈다. 젊음이 좋은 건가.
문제는 나였다. 정확히 꼬맹이 확진 후 이틀 지나니 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일단 목이 따끔거리는데 침 삼킬 때 아픈 목감기와는 달랐다. 침 삼킬 때는 아프지 않지만 목이 뭔가 뜨겁고 이물감이 있으며 따끔거린다. 그리고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꼬맹이가 열이 내린 후라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죽겠는데 아들 밤새 물수건 찜질해 줄 정도는 나도 자신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마저도 감사하다.
새벽에 아주 죽다가 살았다. 고열에 근육통에 오한과 두통이 한 번에 몰려오는데 기어가다시피 나가 타이레놀을 찾아 먹었다. 백신 접종했을 때 딱 이 모양으로 아팠었는데.. 내가 그때 고딩때 이후 처음으로 죽겠다 싶은 몸살이었다고 생각했었던 그 몸살 같은 아픔이었다.
다음날 오전은 조금 살만 했다. "아들, 이거 엄청 아픈데 우리 아들 어떻게 그리 잘 참아냈어? 와 ~역시 대단하다 울 아들" 했더니 "엄청 아프지? 나 잘 견디지?" 세상 뿌듯하게 대답한다.
그래.. 너 정말 대단하다. 젊어서 그런 거니? 엄만 왜 더 아픈 것 같니.. 진짜 너무 아프다 ㅜㅜㅜ
꼬박 이틀을 앓았다. 남편은 출장도 잦았지만 차라리 친구네 가 있으라고 해둔 터였다.
언제나 심부름을 (심부름이라기보다는 ) 내가 필요한 것들을 사서 배달까지 잘해주는 스타일인 남편이 그렇게 고맙다고 느낀 적은 없이 살아왔었다.
크게 아픈 건 사라졌지만 격리 중이니 필요한 이런저런 것들을 부탁했다.
평상시엔 꼭 한 두 개 빼먹어서 일을 하고도 나에게 욕먹는 남편이었다.
내가 욕을 해댈 기운도 없다는 걸 알았을까? 한 개도 빠짐없이 사서 현관 앞에 두고 나가면서 '지금 두고 가'라고 카톡을 한다.
커피를 사다 달라는 말을 하지도 않고선 '커피도 샀어?' 이러고 카톡을 보냈다.
'아니 ㅡㅡ' 이렇게 카톡이 왔길래 에잇, 오늘은 커피 참지 뭐 속으로 생각했는데
잠시 후 꼬맹이가 커피를 들고 들어온다?
"아들 뭐야? 마술이야?"
"아빠가 현관 앞에 커피 놔두고 가면서 나한테 전화했어 가지고 들어가라고, 엄마 주라고"
"그랬구나 고마워~" 고마운 건 현관부터 안방까지 커피 배달한 너도 너지만 귀찮을 텐데 바쁠 텐데 일부러 또 커피를 사 가지고 다시 집에 와서 두고 간 당신이었다.
'잘 마실께'라고 카톡을 보내는 게 내가 남편에게 '무지 고마워'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걸 남편도 알겠지?
참 고맙단 말, 미안하단 말을 남편에게 못하는 나다.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해봤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남편은 오늘 아침에도 사랑한다는 카톡을 보낸다.
너도 참 너다. 무뚝뚝하기가 남자와 여자가 바뀐 우리 집 생활에 적응하고도 남을 시간이긴 하지만 어쩜 너는 왜 그렇게 한결같니.
'사실 그날 현관 앞 커피는 명품보다 찐이었어.
진짜 진짜 너무 먹고 싶었었거든.'
세상엔 거저인 것도 없고 당연한 것도 없다는 걸 안다.
남편의 모든 배려와 마음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마운 표현은 그것이 당연한 것에서 고마운 것으로 변경되었다고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라면 조금 이해해 줄 수 있겠니?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야."고마워"라고.
남편에게는 표현 못했지만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래, 이 서방처럼 착한 남편은 없더라" 하셨다.
그리고는 그 착한 이 서방에게 전화를 하셔서 딸래미랑 손주 아픈데 수발하느라 고생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는 얘기를 남편으로부터 들었다.
엄마도 참..안 그래도 되는데... 하면서도 또 내심 고마웠다.
'나 대신 표현해줘서 고마워 엄마'
코로나 덕분에 한 번도 고마운 것이라 못 느꼈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으니 그 지독한 바이러스로부터도 얻은 것이 있구나. 내 주변 천지에 고마운 사람들, 내 사람들에게 더 잘하자는 마음도 먹게 해준 코로나야,
너에게도 고맙다!!! 하지만 두 번은 만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