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울타리

댕댕이의 일기

by 그레이스웬디

안녕? 내 이름은 구월이야.

내가 세상에 나온지는 5개월쯤? 되었어. 나는 수컷이고 토이푸들이야.

아직 아기지만 나도 내 이야기를 기록하려 해.

울 엄마처럼 말이지.


내가 태어난 곳은 지금 여기는 아니야. 난 하얀 털을 가진 아빠와 갈색 털을 가진 엄마 사이에서 형제 둘과 함께 태어났어. 안타깝게도 형제 한 마리는 살아남지 못하고 나와 다른 한 마리는 아주 씩씩하게 살아남았대.

눈도 뜨지 못하던 꼬꼬마 시절을 지나 엄마 젖보다 사료가 맛있어지기 시작할 때였어.

나는 갑자기 낯선 아저씨의 차에 타고 있었지. 지금의 우리 아빠야.

그때만 해도 난 그게 나의 개 엄빠와 이별하는 건 줄 몰랐어.

아무것도 모르는 꼬꼬마 댕댕이었으니까.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나는 잠만 잤어. 잠결에 이 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를 요란스럽게 하더라고. 매우 신나할 누군가에게 서프라이즈를 하는 것 같았어.

나를 차에 혼자 두고 갔다가 돌아올 때마다 뭔가를 하나씩 들고 오지 뭐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은 진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이 꼭 날 위한 것 같았어.


그리고 잠시 뒤 아저씨는 나와 물건들을 한 아름 안고 나에게는 낯선 집으로 들어왔어. 거기가 지금 여기야. 우리 집이지!!

처음 집에 들어왔는데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여기가 어딘가 하고 살펴볼 시간도 없이 어떤 아줌마랑 아이가 나를 연신 서로 안아보겠다며 호들갑을 떨었거든. 지금의 내 엄마와 울 형아였어.

나는 손길을 느끼며 서열 파악을 하기 시작했지. 어느 라인을 타야 앞으로 나의 개인생이 편안해지려나..

그래서 나는 형아를 선택했어. 가만 보니 형아가 말만 하면 엄마가 다 해주던걸?

하지만 형아의 손길은 거칠었어. 나는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지. 형아는 내가 귀엽다고 안아주는데 그 손길이 힘을 꽉 줘서 나는 불편했거든. 그럴 때마다 형아 손에서 벗어나 엄마에게로 달려가곤 했어.

형아에게 금방 잡히고 말았지만. 아~~ 형아 때문에 고달파지겠군. 생각했어.




엄마는 나를 예뻐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막 예뻐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서 나도 처음에는 조금 조심스러웠어.

하지만 엄마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어. 나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어.

열심히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 난 후에는 행동을 개시하곤 했지. 패드를 갑자기 아주 넓게 깔아주기도 하고. 다음 날은 푹신한 내 방석이 생기고, 뭐가 하나씩 자꾸 날 위한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러던 어느 날은 울타리를 치는 거야. 그리고는 나를 거기다 재우기 시작했어.

나는 아직 내 엄마(개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잠잘 때 엄마품에 파묻혀 자면 잠도 잘 오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나는 밤새도록 울었어. 뛰쳐나가려고 아무리 뛰어봐도 울타리는 나에게 너무 높았어.

무서웠어. 혼자 울타리에 있는 게, 그리고 너무 큰 그 거실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게.

나는 생각했어. 오늘 나는 벌을 받는 걸까?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밤에는 울타리에 들어가야 했지. 나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었고, 매일 밤 우느라고 잠도 제대로 못 잤어.


다음 날 아침 엄마를 보면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어. 엄마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는 것 같아. 내가 울다가 지쳐 잠이 들라고 하면 마침 엄마가 나오거든. 엄마는 나오자마자 울타리 문을 열어줘. 그럼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지. 엄마는 날 보며 "구월이 잘 잤어? 왜 그렇게 울었어~ 이제 잘 땐 넌 거기서 자야 해. 거기가 네가 자는 곳이야. 익숙해져야 해 알겠지?" 이렇게 말했어.

그리곤 밥을 줬어. 나는 밥을 먹자마자 형아가 자는 침대로 올라가 파고들었지.

beauty_1667344402070.jpg

엄마는 내려오라고 했지만 형아가 깰까 봐 그냥 조용하게 내려오라는 말 한두 번 하고는 포기하는 것 같았어.

난 이 시간이 너무 좋아~ 형아 옆에 내 온몸을 착 붙이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푹~ 자는 거야.

나는 매일 밤 이렇게 엄마랑 형아랑 같이 자고 싶은데...

오늘 밤이 되는 게 싫어. 울타리에 들어가기 싫어. 답답해서 싫은 게 아니야. 답답해서 싫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 엄마는 울타리를 아주 넓게 쳐주었거든.

난 그저 엄마품에서 잠들고 싶은 거야.

하지만, 오늘 밤에도 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겠지? 휴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