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의 울타리

댕집사의 일기

by 그레이스웬디
지금은 없애버렸지만 구월이의 울타리는 사실이었다.


8살 아들이 6살 적부터 강아지 타령을 했다.

남편과 나는 아들이 8살이 되면, 학교를 다니게 될 만큼 크면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9월에, 남편은 갓 태어난 강아지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친구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너무 귀엽지 않냐면서... 아들과 나는 열광을 했고, 그 갓 태어난 강아지가 지금 3개월이 되어서 엄마 젖을 다 뗐으니 당장 데리고 가겠다며.

"뭐야,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이건 뭐 완전 즉흥적이잖아?"

"친구한테는 태어나자마자 말해둔 거였어. 당신과 준이한테는 서프라이즈고."

그렇게 9월에 우리 집으로 갑자기 찾아온 강아지라서 이름을 구월이로 지었다.


이제 3개월 되었으니 얼마나 귀여운지. 포동포동 아기 곰 같기도 하고. 아들은 완전히 신이 났고.

귀여운 생김새에 정신을 못 차리고 아들과 나는 서로 안아보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했다.

급하게 남편에게 당장 필요한 패드와 사료를 사 오게 하고, 나는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3개월 강아지 키우기"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첫 번째 강아지는 17년을 키웠다.

그 이력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배변훈련을 어떻게 시켰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가장 급한 것이 배변훈련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방법들과 말들이 많았는데, 그중에 울타리나 케이지 훈련법이 눈에 들어왔다. 분리불안과 배변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펜스를 사고, 바로 울타리에서 잠을 자게 했다.


사실은 펜스를 사기 전엔 패드만 깔아 두고 침대에서 같이 잤었다. 어김없이 매일 이불을 빨았다. 오줌도 똥도 다 이불에다 싸버린다.

그래서 바로 펜스 훈련을 시작했는데, 엄마랑 떨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이 쪼꼬만 한 강아지가 어찌나 울어대는지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이불을 빨고 말지 하며 다시 침대로 데리고 왔다.

사람이 어찌나 간사한지 다음 날 이불에 오줌을 싸는 걸 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다시 펜스에 넣고 잤다.

검색을 또 했다. 며칠 강아지가 울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때 그 처량한 눈빛에도 흔들리지 말고, 마음을 강하게 먹어라.

그렇게 3일 동안 울어도 못 들은 척 잤다. 울음이 점점 짧아졌다. 그래서 아~며칠만 하면 성공하겠네? 싶었다.


그러다가 "강아지 배변훈련"으로 다시 검색을 하니 "절대 울타리 훈련을 하지 마라"라는 강아지 조련사님의 블로그가 뜬다. 그러면서 울타리에 가두지 말고 차라리 패드를 공간의 1/3 정도로 많이 아주 많이 깔아 두라는 것이다.

공간의 1/3. 헉.. 우리 집이 60평인데 ㅜ 거실이 제일 넓은데... 그래도 어째. 당분간 우리도 그 하얗게 깔린 바닥에 적응을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로 패드에 싼다. 와우~

잠잘 때는 안방에도 침대 주변에 패드로 도배를 했다. 자다가도 내려간다. 와우~

그래서 당장 울타리를 치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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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내내 졸졸졸 따라다닌다.

하두 쪼고 매서 발을 몇 번이나 밟았다. 그래도 또 졸졸졸.

이렇게 껌딱지가 되면 분리불안이 생긴다는데.. 다시 울타리 훈련을 해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안 하기로 한다. 분리 불안 생기면..내가 항상 같이 있지 뭐. 아직은 이런 생각인데 또 모르지. 난 간사한 인간이니까.


요즘은 침대에 아들과 나와 함께 잔다. 아직 엄마품이 그리운 아가라서 그런지, 꼭 자기 몸의 한 부분을 우리들의 몸 한 부분에 딱 붙이고 잔다. 가끔은 나의 목도리도 되어준다.

자다 보면 어찌나 파고드는지 내가 그 넓은 침대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자다가 혹시 구월이를 누를까 봐 자면서도 긴장하는지 내가 피해있다.


부드러운 털과 더없이 부드러운 배, 코 고는 소리도 귀여운 우리 구월이.

깨발랄한 5개월 댕댕이.

엄마가 울타리 안에 넣었던 일은 잊어줘. 미안해.

아직은 한 번씩 이불에 실수를 하는데 제발 정신줄 좀 잡아주렴.

그래도 패드에 배변하는 횟수가 아주 많이 늘어서 희망이 보인다.

우리 잘 지내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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