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선한 사람인가요?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선한 사람일까?”


하지만 이 질문은 선함이라는 내 안에 고정된 실체가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정말, 우리는고정된 속성으로서 ‘선한 사람’ 일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선함은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선함은 나의 의도, 성격, 본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경험 속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나에 대한 반응일 뿐입니다. 그조차도 내 의도와 무관한, 상대의 해석일 뿐입니다. 그 ‘선했다’는 말조차도 결국은 오해된 상대의 판단일 수 있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나는 선하다’고 믿는 자들에 의해 파괴되어 왔습니다. 그들은 타인을 심판했고, 이질성을 제거했고, 자신의 선함을 신념으로 고정시켰습니다. 반대로 진짜 선함은 언제나 작은 떨림, 이름 없이 지나가고, 설명 없이 사라지는 다른 사람의 내면에 잠시 남는 파동이었습니다. 실체로서의 선함은 고정된 자의식이며, 곧 타인을 판단하게 되는 단죄의 장치입니다. 반면 관계로서의 선함은 타인의 내면에서만 발생하는 우연적, 일시적 반응의 파동입니다. 전자는 고정적이고, 후자는 역동적입니다.


마치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의 얼굴’처럼, 그 타자의 시선 앞에서만 나의 선함 여부가 잠시 드러날 뿐입니다. 나는 그 얼굴을 마주하지만, 그 눈동자 속에서 내가 선했는지 아닌지를 끝내 알 수 없습니다. 그 선함조차 그 타인에게 선했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나의 의도하지 않았던 말 한마디에, 어느 날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 당신의 말 한마디가 나를 붙들었어요.”


어느 날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흔적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에 닿았을 뿐인 것입니다. 선함이란 고정적 실체로서의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닙니다. 누군가와의 관계적 역동성 안에서의 좋음일 뿐 입니다.그러므로 고정된 실체로서의 선한 나는 없습니다. 있다면, 다른 누군가의 내면에서 한순간 반짝이고 사라지는 선한 나의 흔적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 대신, 지나간 관계 속 어딘가에서 작은 파동 하나라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는 겸허한 존재로 살아가는 태도만이 중요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