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카레 우동에서 저녁 오마카세 스시까지, 맛과 풍경을 걷다
낮에는 산속 온천 마을 유후인에서 뭉근한 치즈 카레 우동을, 밤에는 도시의 불빛이 감도는 후쿠오카에서 장인의 오마카세 스시를. 바다와 면이 교차한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햇살이 살짝 부서지는 유후인의 낮, 나는 오래 기다린 끝에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주문한 카레 우동은 온천수 달걀과 치즈를 기본으로 한 야채 카레 우동이었다. 계절 야채 토핑으로 올라간 연근, 가지, 단호박이 국물 속에서 고소하게 숨 쉬었다. 짜고 진한 국물 속에서, 가지튀김은 부드럽고 아삭했고, 연근과 단호박은 씹는 즐거움을 더했다. 우동이 젓가락을 따라 올라올 때마다 묵직한 치즈의 식감은 고기를 먹는 듯한 만족감을 주었다. 창밖 햇살과 꽃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식사가 끝나가는 시간에도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카레 향을 머금고 유후인 호수를 향해 마을을 걷는 길은, 마치 신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가는 듯했다. 그렇게 달콤한 나른함 속에 유후인의 풍경을 뒤로하고 후쿠오카로 향했다.
저녁 7시, 우리는 후쿠오카 하카타 구의 골목을 따라 ‘타츠미 스시 총 본점’으로 향했다. 후쿠오카 3대 명인 스시집 중 하나, 총본점은 한국에도 고급 분점을 둔 곳이지만, 이날 나는 음식 이상의 경험을 기대했다. 문을 열자 공기부터 달랐다. 흰 유니폼을 입고 머리를 밀고 꼬아 만든 띠를 두른 요리사들은 바쁘게 손을 놀렸고, 카운터에는 열두 명쯤의 손님이 셰프와 눈빛을 교환하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네 명이 둘러앉는 테이블에 자리했다.
첫 번째로 나온 수프는 진한 해초 수프였다. 다시마와 해초 채가 느슨하게 떠 있는 맑은 국물은 우무처럼 스르르 목으로 넘어갔다. 단맛이나 신맛은 없었지만, 바다의 향이 은은히 입안을 감싸며 오늘의 식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님을 알렸다.
오마카세 초밥이 이어졌다. 간장이 없어도 재료의 풍미는 이미 조율되어 있었고, 생강초의 향이 입안을 정리하며 맛의 균형을 살렸다. 그다음 일본식 미소 재첩탕이 나왔다. 일본 미소된장으로 간을 한 그릇 안에는 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듯한 아주 작은 재첩이 한가득. 처음 입에 닿는 순간 진한 재첩 맛이 입안을 채우고, 시원함이 목을 타고 스르르 넘어가며, 마치 바다와 강이 동시에 담긴 한 모금 같았다. 회가 이어졌다. 단순한 사시미였지만 신선함과 질감이 살아 있었다. 이어 나온 랍스터 요리에서는 웨이터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표정으로 “사진 찍으세요”라고 전해왔다. 다시 회가 이어지며 오마카세 코스가 완성되었다.
일본 스시: 유래와 오마카세 문화
스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로, 발효된 생선과 쌀에서 시작된 ‘나레즈시’를 거쳐, 17세기 에도 시대의 하야즈시, 19세기 초 도쿄 하나야 요헤에가 개발한 니기리즈시로 발전했다. 손으로 쥔 밥 위에 신선한 생선을 올려 빠르게 제공되는 형태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 오마카세(お任せ)는 “셰프에게 맡긴다”는 의미다.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지 않고, 셰프가 그날의 신선한 재료로 구성한 코스를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마카세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셰프와 손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식 경험이며, 일본의 신뢰와 존중 문화가 담겨 있다. 스시 바에서의 예절도 중요하다. 스시는 손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간장은 생선 쪽에 살짝 찍는다. 생강은 입안을 정리하는 용도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기본예절이다. 오마카세에서는 순서와 조화를 셰프가 조율하므로, 손님은 셰프와 소통하며 식사를 즐기는 것이 핵심이다.
타츠미 스시 총본점을 나서며, 나는 단순히 음식을 먹은 것이 아니라 문화를 경험하고, 장인의 시간을 함께 느낀 하루를 마음에 담았다. 낮의 유후인 카레 우동과 저녁의 후쿠오카 오마카세 스시는 서로 다른 장소와 식재료지만, 맛과 향, 사람의 손길로 이어진 하나의 여정처럼 느껴졌다. 결국 스시의 완벽한 조화와 우동 한 그릇의 넉넉한 위로는, 장인의 긴 시간을 견뎌낸 '성실함(秀)'과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생활인의 끈기(人)'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낮과 밤의 밥상에서 나는 그들의 일상적인 정신의 깊이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