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덤 문화를 통해 달라지고 있는 팬, 소비자를 읽어봅시다.
마케팅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새로운 마케팅 용어가 등장하고 이 개념을 익히는 일이 익숙하리라 생각됩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팬덤 마케팅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되는데요. 단순히 좋아하는 브랜드를 넘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해 주는 제품이라는 신념은 일종의 팬덤 현상과 같은 문화적 변화를 이끌게 됩니다.
팬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버즈를 만들어 내는 핵심 주역들이죠.
그렇다면 팬덤이 만들어내는 소비 트렌드를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팬덤(Fandom)은 우리가 익히 아는 단어 ‘팬(Fan)’에 ‘상태, 지위,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붙인 것으로 어떤 대상의 팬들이 모인 집단, 나아가 팬 문화 전반을 일컫는 말입니다.
조금 더 요약하면 ‘팬들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으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문화도 새롭게 만들어지듯, 팬덤 또한 미디어,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팬덤 3.0 (신윤희 저)>에 따르면 한국 아이돌 그룹은 보통 세대로 분류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H.O.T, 젝스키스 등은 1세대로, 동방신기가 등장한 시기에 맞물리는 아이돌은 2세대로 구분되는데요.
3세대는 여러 견해가 있으나 멤버 수가 증가하거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세대가 변할수록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도 바뀌게 되는데요. 1~2세대에는 기획사의 주도하에 기획을 거쳐 스타라는 상품이 먼저 만들어지고, 팬들은 후에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들의 매력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3세대에 와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매개로 연습생의 리얼리티를 먼저 확인하고, 팬들이 스타라는 상품을 직접 만들어 가는 형태를 띠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와 끈끈한 연대가 생기고 스타와 팬의 관계도 비교적 동등해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과거 전적으로 산업의 몫에 불과했던 아이돌 그룹의 제작과 기획에 팬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상, 이로 인해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는 동시에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 이른바 ‘3세대’ 팬덤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달라진 팬 문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팬들은 원하는 상품을 기획해서 산업에 요구하고, 영향력을 드러내기 위해 전략을 세워 개입합니다.
쉽게 말해 상품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의견을 내고 관리하며 ‘내 새꾸’를 키우게 되는 것이죠.
1. 트랜스 미디어에 대한 이해
엠넷에서 진행한 <프로듀스 101>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트랜스미디어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요.
트랜스미디어(Transmedia)는 미디어 학자 헨리 젠킨슨(Henry Jenkins, 2008)이 주장한 개념으로 간단히 말씀드리면 콘텐츠가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하고 융합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트랜스미디어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다시 한번 다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동일한 이야기의 다른 부분을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며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프로듀스 101>은 팬들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직접 뽑아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인터넷과 모바일로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했고, 웹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이 직접 연습생에 대한 정보와 이슈를 생성하도록 했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연습생들의 과거와 현재, 매력 포인트 등이 게시물을 통해 공유되고, 팬들은 몰랐던 정보를 다른 팬들 덕분에 알게 됩니다. 이 방송사의 전략대로 팬들은 웹에서 각종 ‘팬 버즈(Fan buzz)’를 만들어 냈고, 방송사는 다시 버즈를 프로그램에 활용해 시청자의 반응과 몰입을 이끌어 내며 시너지를 냈습니다.
2.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전달했는가?
앞의 <프로듀스 101> 예시처럼 스타라는 텍스트 안에서 팬덤이 개입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커지면 커질수록 팬덤은 스타와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미디어 수용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에서는 팬덤의 참여가 곧 팬 정체성이 되는 것이죠.
팬덤의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하도록 수용자를 직접 호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며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일, 이것이 참여형 소비자 팬덤의 시작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2021년 딜리셔스랑고와 인스타그램X티알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아이돌 그룹 트라이비 팬덤 마케팅을 펼쳤던 사례를 소개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