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게

by 임경미

마음은 알면 알수록 무겁다. 그리고 무섭다. 모를 땐 아무 상관없었던 것들이 마음을 알아버린 순간 자꾸 보이고, 자꾸 말을 걸고, 자꾸만 들러붙는다. 저도 살려고 버둥거리는데, 가여워서 바라보고 공감하는 순간 정이 들어, 한번 들어와 버린 마음을 쉽게 내버리지 못한다.

내 영혼은 무게를 얻고, 우린 한동안 함께 한다. 제법 묵직하게 꽤 오랫동안 묵직하게 마음과 함께한다. 내 마음인지 네 마음인지 몰랐던 그런 마음들과.




서점에 갈 때면 항상 두 개의 마음이 된다.


좋은 책, 마음에 드는 책을 신속하게 고르길 바라는 성격 급한 독자의 마음과 내 책이 오래 관심받길 바라는 애타는 작가의 마음. 아직 작가의 마음보다 독자의 마음이 더 익숙해서, 서점에 갈 때면 제목을 보고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드는 꼭지를 읽고. 앞부분만 봐도 내 마음에 드는 걸 고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책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한다.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내려놓기까지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건 제목이 별로야, 이건 내용이 마음에 안 들어, 이건 문장이 아쉬워, 하며 눈길을 잡고 마음을 매혹시키는 책을 찾는다.


그러다가 내 책이 놓인 진열대까지 이르고, 그 근처에서 책을 눈으로 훑고 있는 누군가를 본다. 그는 책 하나를 집어들고, 그가 집어든 책 바로 밑에는 내 책이 놓여있다.

아, 내 책도 한번 봐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를 조금 더 지켜보지만, 그는 책을 원래 자리로 올려둔 뒤 자리를 뜬다.


나는 그가 섰던 자리에 서서, 그가 집어든 책을 보고, 흐트러지지 않게 가지런히 정리한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을 보며 한참을 더 서 있었다. 그때부터 다른 버릇이 하나 생겼다. 책을 집으면 목차를 꼼꼼히 보고, 내용을 더 오래 읽고, 항상 그랬지만 더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긴다.


이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출판사 직원들은 심사숙고하는 날들을 꽤 보냈을 것이다.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작가는 잠 못 이루는 시간을 한참이나 보냈을 것이다. 일 년, 이 년, 삼 년. 어쩌면 글 한 편에 녹아낸 이야기를 경험하고 만든 시간까지 포함하면 더 오랜 시간이었을 테다.


책을 내고 나니 그런 마음이 느껴지고, 작가의 입장이 되고 나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그런 마음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나는 예전보다 조심스럽고, 예전보다 느린 사람이 된다.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게 싫지 않다. 제법 묵직해진 마음으로 사는 만큼 상처 주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이런 무게를 감내해볼까 한다.




마음을 알 수 있다면 그건 저주받은 축복일까?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마음을 유추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낸다. 마음을 알고 싶어서 줄곧 읽고, 마음을 알고 싶어서 계속 말을 걸고. 그렇게 알아버린 마음 덕분에 내 마음이 더 곱고 더 부드럽고 더 넓어지길 바라며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마음을 아는 동안, 나는 지금보다 더 성숙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피곤해지더라도, 마음을 알아서 생기는 소란은, 마음을 몰라서 생기는 소란보다 더 감당할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차라리 마음을 알게 된 지금이 다행이고 고마울 따름이다.


마음을 더 알고 싶다. 내 마음을, 네 마음을 지금보다 더 알고 싶다.

조금 더 묵직하고 무겁게 채워봐도 괜찮다는 생각. 그런 마음과 함께 하는 요즘은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사진 출처: Pixabay, cromaconceptovi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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