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관종들

by 임경미


이사한 집은 작지만, 그래도 정을 붙이고 살 정도로는 만족스럽다. 창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이 보이고, 아담한 공원도 있어 제법 자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여러 새들이 창문 가까이 날아와 놀라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내게는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옛 아파트가 잘 정돈된 정원의 느낌이었다면, 이곳의 풍경은 조금 더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이어서 마음이 더욱 편해진다. 저녁이면 강물에 반짝이는 불빛을 감상할 수도 있으니 아침저녁을 막론하고 마음에 딱 든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해가 잘 들지 않는 것. 아침에 들기 시작한 햇빛은 2시가 채 되지 않아 자취를 감추고 마니 이런 점에서는 햇빛이 잘 들던 옛 집이 그립기도 하다.


사실 인간이야 일부러 햇빛을 피하기 위해 선블록을 바르고 다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햇빛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바로 기르고 있는 초록 식물들 때문이다.(나는 이것들을 나의 초록 아가들이라고 부른다.)


이사 오고 나서 나의 초록 아가들이 점점 웃자라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늘게 솟아 오르고, 어떤 것은 새 잎을 내지 못 하고, 또 어떤 것은 이전에 자란 것과 두께 차이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늘어져버렸다. 무엇보다 겨우내 햇빛을 듬뿍 받아야 봄철 꽃을 피우는 화분이 2개가 있는데 이렇게 햇빛을 보지 못하니 내년 봄에 꽃을 피우기나 할는지 걱정이 앞섰다.


내게는 아가들을 책임질 의무가 있었다. 화원 사장님께 여쭤보니 햇빛이 부족하거나 물을 많이 줄 경우 웃자란다고 대답해주셨다. 음, 원인은 햇빛이 부족한 것이 틀림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게 고민하고 알아보던 중 식물전용 LED 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효과가 좋다는 후기를 100% 신뢰하며 바로 구매에 나섰다.

도착한 램프를 켜고 초록아가들을 불빛 아래 옹기종이 모여 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뿐해졌다. 효과가 좋다면 나의 초록 아가들이 통통하게 살을 찌우고, 잎사귀를 내주고, 꽃도 피워주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남편이 말썽이다.


“여보를 보면 우리는 아이를 안 낳는 게 내게 좋을 것 같아.”

“응? 왜?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지금도 봐봐. 저렇게 식물들 생각만 하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데, 아기가 태어나면 더 그러겠지. 나는 아마 뒷전일거야.”


뽀로통해진 남편의 표정을 보며 새삼 깨달은 사실.

성인이어서 어련히 괜찮겠거니 했던 남편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식물에게 질투를 느낄 수도 있구나.

그동안 식물은 말을 못하니 더욱 정성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습이 남편에게는 사뭇 서운했나 보다.


맞다. 그러고 보면 인간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관심이 필요하지. 사실 내가 지금 열중하고 있는 나를 알아가는 것도 나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 아니었던가. 그 시작을 하면서 그동안 내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내가 얼마나 원망되고, 또 얼마나 미안했던가. 남편이라고 오죽했을까. 그도 관심의 눈빛, 애정의 말, 따뜻한 손길이 필요했겠지. 세상에 영영 괜찮은 마음이란 없으니까. 이제라도 남편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며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남편. 이거 먹어.”

“응? 이게 뭐야?”

“이거 비타민D. 우리는 햇빛이 안 드는 집에 사니까 광합성을 못 하잖아. 이거라도 대신 먹고 광합성 하자.”


그렇게 나의 초록아가들과 남편에게 햇빛을 선물한 날.

참 평화롭게 또 하루가 갔다.



(이미지 제공: Pasakorn Kerdsomsrifrom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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