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와 커머스, 양 극단의 길을 걷고 있는 캠페인 플래너의 나불거림
대학 졸업 시점,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
모든 것이 뿌옇게 흐리기만 했던 그 시기에도, 유일하게 정확히 가지고 있던 키워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광고'
예술을 하기엔 능력이 한참 부족했고, 그 와중에 창의적인 영역에 대한 허영심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나의 뇌와 심장이 향하는 곳은 바로 광고 대행사였다.
광고야말로, 상업적으로 예술을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지점이었으니까.
예술의 끝이자, 상업의 시작.
그 곳에서 나의 커리어는 시작했다.
10년의 광고 대행사 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캠페인들을 담당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면서, 흔히 말하는 성공 캠페인을 이끌게 되었다.
무신사, 지그재그, 디즈니, PUBG 등 가장 '핫'한 브랜드의 캠페인 PM으로 일하며,
플랫폼 캠페인을 가장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듯 했다.
그러다 갑자기 삶의 방향은 나를 미디어 커머스로 이끌었다.
잘 포장하던 것이 광고 대행사에서의 일이라면,
잘 팔아야 하는 것이 미디어 커머스의 미션.
퍼포먼스 광고의 시대로 도래하며 광고와 광고 대행사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어 가고,
의미가 바뀌어 가는 것에 갈증을 느끼던 나에게 미디어 커머스 마케팅 총괄로의 전직은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기대였다.
내가 모르던 마케팅의 저 반대편 세상을 경험하며,
나는 오늘도 잘 포장하던 기술을 베이스로 잘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잘 포장하며, 잘 파는 삶을 살며 드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두서없이 쏟아내고 싶었다.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1시간씩 면담하는 그룹장이 되고 싶지 않기에...
내 머릿속에, 내 마음 속에 드는 생각들은 이 하얀 브런치 페이퍼에 손가락을 놀려 쏟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