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덕분입니다.
연말 연초에 뒤를 돌아보고 앞을 향해서 시선을 돌리던 중 문득 나의 오늘을 들여다보니
리더스 포럼에서 대학 선배님의 소개로 김대표님을 처음 만났다. 김대표님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비반려인으로 개나 고양이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길거리나 산책길에 마주치는 반려인들의 비매너를 만나면 속상해한다. 그런 김대표님이 이제는 동물매개교육프로그램의 목표에 공감하여 "반려동물(견)에게 소리 내어 책 읽어주기"인 리딩독(Reading Dog) 프로그램 소개에 나서고 있다.
2024년의 알찬 마무리에 도움이 컸다. 고마운 마음으로 카페에서 내가 신용 카드를 꺼내면 손사래를 치며 안정되거든 주변을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나는 젊은 시절 중등교사였고, 통번역 전공자로 동물매개심리치료 분야 중 교육 프로그램(Animal-Assisted Education, AAE)인
ㆍ생명존중(Humane Education)
ㆍ리딩독 프로그램(Children Reading to Dogs, Reading Dog)
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읽기를 좋아하는 연구자일 뿐 사업가 기질이 조금도 없는 나는 상대방 제안의 행간을 읽는 일은 서툴기 그지없다. 심지어 상대가 한 말의 의미를 놓치기도 한다.
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어린 아이나 청소년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 나는 언행이 무례한 사람들에 대해 마음의 문이 쉽게 닫히는 단점도 있다. 남의 이런저런 도움 받기도 몹시 불편해서 처신에 서툴다.
올해 자그마한 '리딩독 전문 도서실(도서관이 아님) 만들기'가 목표이다. 어린이 도서관이나 일반 도서관들이 한 공간을 내어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위축된 아동들이 모처럼 반려동물에게 편안하게 책 읽기를 시작하고, 더불어 책 읽기에 호기심과 흥미가 자라날 수 있도록.
그런 연유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사양하지 않지만, 비외향적인 내 입속엔 혓바늘이 아주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의 미팅에 김 대표님의 동행은 든든하다.
김대표님 덕분에 여러 미팅과 포럼에 참여하여 다양한 사업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 전에는 언론사 기자분들과 미팅이 있었다. 김대표님께 동석을 요청드렸다.
미팅에 말 수가 워낙 적은 내 큰딸도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아직 건강 회복기가 길어서 풀타임으로 일할 체력은 안되어 보이지만, 리딩독 프로그램은 큰딸의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김대표님의 주선으로 Mass C&G 이 대표님은 기꺼이 회의실을 내주셨다. 이 대표님은 리딩독 활동 로고도 만들어주셨다. 콜리와 레트리버가 등장하는 디자인은 참으로 멋지다.
최강의 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에 쨍한 햇살이 들어오는 회의실에서 미팅을 했다. 미팅 후 김 대표님이 큰딸을 위한 점심 메뉴를 골라 깔끔한 식당으로 안내해 주셨다.
모처럼 내 카드로 주문할 수 있도록 큰 딸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카드를 들고 주문대 앞에서 큰 딸의 메뉴를 묻는 대표님을 밀어냈다. 큰 아이가 매스꺼움 없이 식사를 잘해서 다행이었다.
김대표님의 주선으로 "반의 공식" 반대표님은 리딩독 연구소 로고를 만들어주셨다. 반대표님은 미국 출장 중에 제작 샘플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리딩독 특징을 선으로 형상화한 세련된 로고이다.
평생 예상치 못한 도움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부담된다. 너무 늦지 않게 내 방식으로 갚을 수 있길.
어제도 김대표님 주선으로 서초동에서 미팅을 했다. 2025년 발걸음을 가볍게 시작하는데 재능기부 어드바이저(adviser. 고문) 역할로 바쁜 시간을 내어주시는 김대표님께 감사드린다.
2025년 1월 15일 지방 신년회 행사에 서울 임원들이 초대받았다. 사회적 불안으로 미루어지다가 다시 정한 날짜이다. 서울 신년회 행사는 어수선한 시국이라 아예 2월로 미루었다.
이번 지방방문엔 KTX 대신 양재역에서 후배가 새벽 6시 50분에 픽업하여 서울과 광주 간의 왕복 차편을 제공한다고 했다. 제대로 봉사하고 지원하는 임원분들 틈에 얼결에 손을 들고 동행하게 된 나는 첫 지하철로 이동하면 양재역 약속장소에 20여분 쯤 일찍 도착하게 될 터이다. 지하철 화장실 들러 손을 씻고 나가면 얼추 여유로이 일행과 만나게 될 테고.
너무 일찍 도착하여 30분 동안 새벽이 깨어나는 주변을 구경하였다. 회사명이 앞유리창 위쪽에 전광판으로 명찰처럼 붙은 통근버스들이 멈추었다가 출발했다. 매일 이렇게 부지런한 새벽인구들이 적지 않음에 마음이 설렁거렸다.
후배는 어둑한 시간에 대림도서관 앞에서 선배 픽업을 시작으로 동창회 회장님을 개포동에서 픽업 후 양재에서 남은 일행을 픽업하였다. 아마도 그 후배는 5:00 am도 전에 기상했을 터이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을 듯하다. 나와의 나이 차이래야 6~7년 정도일 텐데 마치 청년처럼 봉사하니 그저 고맙다.
심지어 내가 앞으로의 계획이 너무 부담되어 도망가고 싶을 때 후배와의 경쾌한 대화가 떠올라서 봉사 중인 동창회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나의 걱정거리를 일거에 단순화시켜 주었다.
"잘하고 계신데 뭘 걱정하세요? 밥이나 먹으러 가시게요."
"내가 살 게요."
"이번에 식권 많이 준비해 뒀어요. 걱정은 딱 붙들어 매세요. 우리 임원들은 자원봉사니 식권이라도 제공받아야죠ㅎㅎ"
"헐"
얼결에 빌딩 지하 식당에서 황태 정식을 식권으로 먹었다. 온통 남자판인 동창회 사무실 분위기를 위해 내가 보낸 초미니 핑크색 만천홍 화분이 회의용 테이블에 놓여있다. 그 사무실엔 내 프로그램을 지지해 주고 내게 용기를 건네는 선배와 동기, 그리고 후배가 있다. 그곳에서 비타민을 얻은 리딩독 프로그램이 하루하루 자란다.
크리스마스에 두 고마운 지인에게 '커피 두 잔과 작은 케이크 세트'로 된 미니 카톡 선물을 보냈다. 그들이 아내와 티타임을 즐길 수 있기를.
*부드러운 생크림 카스텔라와 커피 2잔 세트
*미리 찍었어야 하는데 ㅠㅠ 고맙게도 매장 직원이 라지사이즈 한 컵을 우리 나이에 맞게 둘로 나누어 주었다. 한 컵은 저축해 주는 배려라니~^^
서클 후배 부부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내게 행복한 안부를 건네곤 한다. 큰 수술 후 잘 회복한 후배와 그 아내는 대학시절 자주 보던 후배들이다. 부부가 된 후배는 둘 다 공직 퇴직 후 프리랜서가 되어 강의를 나간다. 바쁜 시간을 미루고 서울팀과 양평 선배를 담양 농막으로 초청했다.
그동안 두어 차례 제안에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유행이라지만 내게 고속도로 위의 장거리 운전은 무리이다.
하룻밤을 잘 여유가 없으니 서울에서 담양까지 당일 방문 일정인데... 광주 시내 일정을 위해 방문하게 되면 송정역에서 내려야한다. 광주역 이 외곽인 광산군의 송정역으로 이전하였다.
이젠 KTX도 국내 항공 노선 이용도 편리하지 않다. 광산군이었던 광주시 외곽의 송정역에 내려 다시 충장로 호텔 연회장까지 가는 길이 부담된다. 그런데 담양 까지라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용산역-송정역-담양을 폐를 끼치지 않고 어찌 간다? 양평 선배언니는 후배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광주와 담양을 연결하는 버스 노선을 이용하자고 했다. '낯설지만 교통망이 촘촘한 우리나라에서 어딘들 못 가랴?' '라는 생각을 하는 70대 중반 선배 언니의 정성 또한 놀랍다.
새벽녘 집을 나서 도착한 용산역에서 이른 아침의 ktx가 출발하자마자 우리들의 여러 궁리를 들여다본 듯
'송정역 픽업 예정'
이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큰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 후배의 카톡 메시지였다. 못 말리는 정성에 우린 담양행 버스 이용을 포기하고 편하게 후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역에서 내리니 후배 부부는 우리가 도착해서 나오는 입구까지 들어와서 서울팀이 헤매지 않게 지키고 있었다. 마치 친정 동생처럼. 차가운 겨울에 마음이 더워졌다.
은퇴하신 선배들도 함께 초대받아 우리는 반가움에 서로 등을 다독이며 반가워했다. 사실 바빠서 일정을 11월 말로 미룰까 했던 잠시의 안전부절 궁리가 미안할 만큼.
후배 아내는 정년퇴직 후 차 전문가로 강의를 한다고 했다. 마음이 따스한 그녀의 학생들은 참으로 행복했을 것 같다. 근사한 식사를 대접받고 농막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녀가 중국에서 교육받고 구입한 깊은 향의 차를 다양한 다기에 격식을 갖춰 따라주었다. 우린 골고루 시음했다. 그녀의 강의실에서 다과와 함께 제공된 차를 마시는 동안 내 머릿속의 생각 찌꺼기들이 차 향기와 함께 비워내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외부 강의 일정을 어렵게 조절해서 하루 일정을 오롯이 준비한 후배 부부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낚시터의 물멍과 잘 자란 수많은 에메랄드그린(내겐 어린 시절의 전나무로 기억되는) 화분들에 시선을 두니 내 두 눈도 편안해졌다.
*요즘 담장나무로 인기 상종의 '에메랄드그린' (사진출처: (주) HB 한밭농원)
어린 시절 우리 집을 빙 둘러싸고 있던 '전나무'와 비슷하다.
광주 부근에 거주하는 선배 두 분이 떠나고, 오후 6시 즈음에 출발하는 KTX 서울행 시간에 맞춰 후배부부의 차로 송정역까지 갔다. 후배 부부는 서울로 향하는 저녁 ktx를 기다리는 우리들을 위해 샌드위치와 음료세트까지 준비해 주었다.
덕분에 샌드위치 세트를 들고 송정역까지 온 옛 제자와의 반가운 포옹이 가능했다. 사실 카페를 운영하는 제자의 안부 문자 답변에 광주방문 얘기는 안 했었다, 바쁜 와중에 달려올까 봐. 생각 깊은 후배 덕분에 제자와 송정역에서 눈빛을 나눌 수 있었다. 광주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송정역까지 달려온 제자가 참 반가웠다.
후배 부부와의 시간은 2024년 말미에 진하게 자리한 감사 기억이다. 연말에 이 부부는 카톡 '부부 티타임' 선물 쿠폰을 농막을 방문한 모두에게 보내왔다. 덕분에 새해를 맞으며 '부부 티타임'을 궁리하게 되었다. 언제 남편과 카페 티타임을 가질까?
감사 일곱(2)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