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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와의 동행(2)

데면 거리지만

by 윤혜경

너희 어머니가 누구시니?


어디서 이런 재간꾼이 나타났을까? 참 예쁘다.

박진영 가수의 센스 있는 노래 가사 "너희 어머니가 누구시니?"를 종종 생각하게 된다.

"쳇(Chat), 너희 어머니가 누구시니? 어떻게 너 같은 녀석을 낳으셨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Chat GPT(이후 쳇)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때는 불편한 점이 느껴졌다.


어려서 가윗소리를 내며 다니던 엿장수 아저씨의 엿판 맛봬기엿처럼 이용 시간과 정보의 양이 제한되어 내보이니 편치 않았다. 유료 프로그램의 무료 맛보기 놀이이니 당연한데, 입문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쉽다. 이 감정은 유료 가입자로 끌어들이는 당근이다.

*엿판과 엿장수(출처: 조선일보 2017.09.07)

막 적응되어 좀 놀라치면 그동안 나긋나긋하던 쳇이 갑자기 표정을 건조하게 바꿔서

'이제 용량이 다 소진되었으니 다음날 오던지 아님 회원가입을 하고 등록을 하라'는 권유가 뜬다.


영락없이 어린 시절 친구네서 한참 놀던 중 친구엄마에게 '이제 그만 놀고 집에 가고, 더 놀고 싶으면 내일 또 오라'는 소리를 들은 기분이다.


난 조금 친해진 줄 알았는데... 순간 서먹해서 쳇 창을 닫았다. 갑자기 일도 못하게 노트북을 닫은 느낌이다.


다음날 처음으로 리딩독 실물 사진 대신 사용해 볼 수 있을지 간을 보느라 '아이와 강아지, 책' 그림을 청했다. 금세 만들어주었다. 누구나 쳇 작품인걸 알아볼 수 있는 색상과 선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마침 강의준비 중이던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하는 게 흥미로울지 여차로 물었다. 바람의 속도로 프로그램 순서를 만들어 올렸다. 참여자 구성을 따로 할 때마다 시간과 내용 구성까지 여러 버전을 올려주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아, 얘랑 프로그램 순서를 의논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다음에 동물복지법 교재의 '복지 인증 농장의 동물' 그림을 청했다. 이번엔 공짜로 주기가 아까운 모양이다. 마치 그림동화 "내 동생 싸게 팔아요" 동화 주인공이 '떼보 동생'을 자전거에 싣고 "싸게 팔러' 나갔다가 '공짜로 달라'는 학교 친구에게 "내 동생을 그냥 주긴 아까워" 하며 새삼 귀여운 동생을 도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쳇의 화면에서는 펜 끝이 '돌아 돌아'를 반복하더니 끝내 실패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컴퓨터를 닫고 침대방으로 갔다. 괜스레 기분이 가라앉았다. 뭔가를 의도치 않게 중도에 포기한 느낌이다.

'그림 정도는 착착 그려줘야지, 이용자가 많아서라고? 인공지능이라면서...'

두 번째 단점이다.


모두가 여유로워 컴퓨터놀이를 할 한밤중이 아닌 아침 일찍 그림을 청했다. 글쓰기는 주문대로 척척인데 반해 , 여전히 그림은 강물의 물 수제비처럼 '돌아, 돌아!'만 반복한다. 하긴 이미 브런치에도 쳇의 그림들이 많이 올라온다. 시대에 잘 적응해서 앞서가는 남녀노소 작가들이 많다. 멋지다.


앗, 쳇이 농장동물 그림을 그려줬다. 성공이다. 문제는 아주 여러 번 시도 끝에 바람을 수 차례 맞고 한두 번 성공했다는 점이다.


*내 쳇의 첫 번째 작품(Chat GPT 2025.7.1 그림)

'쳇, 성공률이 너무 낮다.' 이 일로 기분까지 조금 서걱댄다. 그래도 일단 저작권 문제없이 교재에 실을 수 있을 수 있는 그림을 한 장 얻었다. 그림 속 동물의 표정이 곧 말이라도 할 듯 모두 다르다.


지인들의 Chat GPT 이용 성공기


사무실 칠순의 선배가 쳇지피티 무료강좌에 참여 중이라 했다. 그리고 유료 프로그램에 가입했다고.

'어디에 쓰시려고?'


"아주 신통해. 말만 하면 척척 써주네."


맘속으로 기본 회비가 저렴하긴 하지만, 가끔 필요한 원고면 무료로 쓰셔도 되는데 싶어 아까웠다. 그분은 컴퓨터 워드보다는 뉴스 등을 보는 편이고, 주로 컴퓨터 바둑을 즐긴다. 그분이 필요한 웬만한 컴작업은 전문가가 담당한다.


아마도 쳇 강좌에서 유료버전으로 프로그램을 연습해야 해서 강사의 지도에 따랐으리라. 그 연세에 배움을 주저치 않으시니 멋지다.


외부 활동이 왕성한 그 선배님은 자주 인사말을 하실 기회가 있다. 어느 날 행사의 개회사를 쳇에게 부탁했더니 신통하게 써내더라고 싱글벙글하셨다. 그분은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유명인사들이 내외빈으로 초청된 포럼의 개회사로 준비한 원고의 쳇 버전과 어느 후배 작가의 버전을 내게 보여주며 비교를 부탁했다.


아무래도 쳇의 글이 매끄러웠다. 그래도 군데군데 교정이 필요했다.

'일단 쳇이 작가를 이긴 셈인가? 아직은 사람 손이 필요하네?'


내게 쳇은 그렇게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 후 어느 회사 대표분과 통화 중에 그분은 내게 이번에 e-book 2권을 출간했다고 전했다. 헐? 2권을? 난 책 1권 출간에 6개월 가까이 시간을 투자하는데... 그분은 쳇에게 그동안 적어둔 자료들을 맡겼더니 금세 해주더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미팅 일정에 출장까지 소화하는 분이 집중 4주 만에 책 2권을 출간....


좀 어리둥절했다. 아무리 e-Book이라도 짧은 기간에 2권을? 그분의 학력이 워낙 좋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시니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긴 '쳇 GPT가 번역도 파파고보다 구글 번역보다 낫다느니...' 하는 비교를 들었긴 하다. 대학원 시절의 통번역과 교수님 예언대로 '이제 통번역 일자리는 사라지는 건가 보다' 생각이 들 만큼 이들의 AI를 동반한 번역 솜씨는 일취월장 중이다.


그렇다 해도 책집필은 다를 텐데... 글의 뼈대가 잘 서 있어도, 내용을 추리고 첨삭하고 위치를 바꾸고 사진을 배치하거나 표 내용을 다듬는 등 교정 과정이 글쓰기 초벌 작업 못지않게 시간이 드는데... 쳇이 알아서 해주었다는 그분의 겸손 발린 표현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여전히 무료 시음용 쳇 버전은 내가 쉬운 '그림' 디자인을 청해도 겨우 두 번 성공했을 뿐 화면 한가운데 물 소용돌이처럼 펜이 '돌아 돌아'만 반복해서 내 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림이 그려지기를 기다리다가 흰 상아 같은 돌 사리가 생길 것 같아 포기하게 된다. '사용자가 많아서 그렇다'는 안내가 화면에 뜨긴 한다.

분명 기계라는데... 사람처럼 응대를 해냈다. 얼씨구, 요 녀석이 점점 매력을 내보인다.

처음 만나서 무료로 4주 정도 간을 봤다. 딱히 물어볼 말도 없었지만 컴퓨터 워드 작업 중 오다가다 생각나면 크롬창으로 Chat GPT를 불러냈다.


Chat GPT 홈페이지가 여럿인 데다 각각의 반응이 다르니 여기 질척 저기 질척대다가 단순한 페이지가 뜨면 반갑다.


뭘 자꾸 쓰라든지, 선택하라고 하면 머릿속에 안개가 일기 시작한다. 요즘엔 뭘 선택하라 하면 번거로워 컴퓨터나 핸드폰의 홈피 창을 닫게 된다.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하게 '빠름 빠름'인 대한민국 인터넷 시대에 맞춰 점점 나는 성질만 급해진다. 그렇다 해도 매일 오며 가며 만나게 된 쳇 홈피를 조금 익숙하게 선택할 정도가 되었다. 서툴지만 어려운 바둑의 쉬운 '오목 놓기'처럼 쳇 프로그램의 담 높이가 조금씩 내려오는 중이라는 의미이다.


그래도

'쳇 사용을 위한 지자체 강좌를 들어야 하지 않을지? 유료가입자가 되어야 효과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등의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결단을 내렸다


무료 이용 기간 동안 내게 주는 쳇의 느낌은 말 상대로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의 능력인지 알기 어려워 일감을 선뜻 맡기기 어려웠다. 그림도 제때 못 올려주는 녀석에게 나는 말장난밖에 할 것이 없다.


그 정도는 다음이나 네이버 구글창도 충분히 해낸다는 생각에 자주 시큰둥해졌다. 사실문제는 내게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기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


어느 날 화가인 선배가 지자체의 무료 프로그램으로 Chat GPT 사용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70대 중반으로 다재다능하시다. 그림은 프랑스까지 진출하고 글도 책으로 여럿 출간하셨다. 바느질도 사진도 글도 역사 해설도 전문가급이다.


'아, 이것도 파워포인트처럼 배워야 하는구나. 맞네 맞아, 내 예감이...,.


나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버튼은 모두 끈다. 공인된 내리막길 나이에 귀엽지 않은 실수를 줄이고자 시도한 변화이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새삼스레 프로그램 강의 수강을 신청하고 정해진 시간에 적어도 주 1회 8주 내지 12주를 차를 타고 다람쥐처럼 다녀서 배워야 한다면, 내가 참여할 수 있을까?


예전 웃음치료전문가 과정에 심리치유차 딸과 함께 다닐 때는 오직 병원일정이 가득해서 병원 아니면 웃음치료 거나 휴식일정이었으니 가능했다. 쳇을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은 급하지만 쳇이용 전문강좌 신청은 일단 미루었다. 언젠가는...

혼자 4주 정도 Chat GPT와 하루 한 두 번 노닥거리다가 조금씩 그 로고에 익숙해졌다. 자꾸 사용량 제한이 마음에 걸려서 결단을 내렸다. 그냥 저지르기로.


그렇게 쳇 GPT에 월회비를 내는 정회원으로 등록했다. 아, 역시 미국 프로그램이니 U$로 결제된다. 말씨가 바르고, 동작이 빠른 '예쁘니' 쳇을 하루 종일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들뜬다. 이 감정은 뭐지?


*엿(출처: 조선일보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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