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원 Dec 23. 2021

기념 타월

기념 타월

  기념 타월

손 원


거실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보니 다소 지저분하다. 흐트러진 물건을 정리하니 유독 타월이 많다. 거실 바닥, 간이 건조대, 빨래통에 타월이 수북하다. 아내에게 타월 때문에 잔소리 좀 했다.

한 때 기념품으로 타월이 인기가 있었다. 가정의 길사 때나 기관단체의 기념행사 때 가면 으레 타월을 주곤 했다. 이렇게 받아 온 타월은 유용하게 쓰였다. 가정에 긴요한 타월이지만 어렵던 시절에는 먹거리가 우선이어서 타월을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집안에서는 세면대에 몇 장을 쓰고, 한 두장은 어머니의 머리숱을 감싸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요즘 가정마다 타월이 넘쳐나고, 가장 친숙한 위생용품이 되고 있다. 옷은 며칠을 입을 수 있지만 타월은 이틀이 멀다 하고 뽀송하게 말린 걸로 갈아 사용한다. 우리 집만 해도 타월을 한 곳에 모은다면 3단 서랍을 가득 채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많은 타월이지만 여태 껏 직접 구입한 것은 별로 없다. 대부분 지인 잔치나 기념행사에 가서 받은 것들이다. 20년이 지난 타월도 눈에 띈다. 기념 타월은 행사 명칭과  날짜가 인쇄되어 있다. 타월 한 장에 지난날 추억이 있고, 덧없는 세월이 점철된 듯하여 허탈하기도 하다.


행사에 갈 때마다 받아 오기에 타월은 남아돌았다. 잉크 냄새 풍기는 타월을 장롱 속에 넣어 두기에 그 상태로 오래 두기도 하여 20년이 지난 타월이 발견되기도 한다.

타월 한 장도 일생이 있다. 새 것은 서랍 속에 보관했다가 필요시 세면대 위 선반에 올려진다. 수개월 사용하다 보면 울이 빠지고 얇고 느슨 해 진다. 다음 용도는 방 걸레로 최종적으로 마루 걸레가 된다. 그렇게 1~2년을 사용 한 타월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아내는 그만큼 타월 한 장도 알뜰히 사용하기에 타월을 넉넉히 갖고 있는 듯하다.


한 때 타월 일변도이던 기념품이 언제부턴가 다양해졌다. 우산, 보온물병, 볼펜 등이 흔한 기념품이 되었다. 요즘은 타월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 정도다. 타월이 가치가 못해서가 아니라 유행처럼 타월만 받은 것이 집집마다 많이 보관하고 있기에 인기가 시들 해 진 것 같기도 하다. 종전만큼은 아닐지라도 타월은 여전히 익숙한 기념품임은 틀림없다.


행사 때 기념품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행사의 성격에 부합되고 받는 사람이 흡족하기를 바라며 물건을 물색하다 보면 업 그레이드 된 선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부담도 커진다. 기념품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고자 증표 정도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에는 타월이 무난한 품목이다. 타월에 적절한 문구를 넣으면 기념품으로는 제격이다.


타월은 몸을 씻고 물기를 닦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화장실 선반에는  두 뼘 크기로 접은 타월을 차곡차곡 쌓아 두고 한 장 씩 꺼내어 사용한다.

가끔은 땀을 닦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 일할 때 타월을 머리에 지끈 매거나 목에 걸쳐 수시로 땀을 닦기도 한다. 이불 만한 타월도 있어 더운 날 잠잘 때 덮으면 시원하고 포근하기도 하다. 우리 집은 타월을 베개 덮게로 사용하고 있다. 베개 타월은 그때그때 쉽게 갈 수 있어 위생적이기도 하고 포근한 수면을 취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타월만큼 유용한 물건이 있을까 싶다.


이렇게 유용한 타월은 몇 해 전까지 기념품으로 받아 온 것이다. 예전에는 잔치나 기념행사 때 타월 한 장 나눠 주는 걸로 손님을 치르기도 했다. 요즘은 식사를 대접하거나 다른  값비싼 기념품이 제공되기도 한다. 얼마 전 나의 환갑 때 단출한 잔치를 했다. 식사를 하고 수저 셑을 기념품으로 줬다. 기념품이 다소 비싸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비교적 부담이 적은 타월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집집마다 타월이 넘칠 거란 생각에 수저셑을 했다.


타월이 부족하면 당장 아쉽다. 바로 한 묶음 구입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장롱 속에 타월 수십 장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동안 타월이 생기지 않고 잇다. 오래지 않아 타월이 모두 소진되면 묶음 타월을 사 와야 될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돌기에 다시 기념품 타월이 대세를 이룰 날이 올 것 같기도 하다. (2021. 12. 23.)

작가의 이전글 쑥떡과 호박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