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의 사진관 Jun 12. 2023

이윽고 바다에 닿다 _ 있는 그대로의 나

결국 아무것도 모르잖아, 곁에 있었으면서

.

안녕하세요. 이번에 소개할 '이윽고 바다에 닿다'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의 '하마베 미나미'와 '사랑이 뭘까'의 '키시이 유키노' 주연의 작품입니다.

.

'스즈메의 문단속'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떠나간 이들을 기린다면 '이윽고 바다에 닿다'는 재해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 생존자란 재해로 가족 혹은 지인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

.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마나'에게 먼저 다가온 '스미레'는 급속도로 친해지며 함께 자취를 하게 된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스미레'에게 연인이 생기며 둘의 사이는 서서히 멀어진다. 어느 날 홀로 여행을 떠난 '스미레'가 자취를 감추고 그녀의 어머니와 남자친구 모두가 '스미레'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마나'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후 '스미레'의 과거의 연인인 '토오노'가 찾아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캠코더를 건네고, 그 속에서 '마나'는 '스미레'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

'마나'는 '스미레'에게 "나도 너처럼 아무하고나 친하게 대화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한다. 그녀가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

서로 다른 시선으로 

.

영화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마나', 마지막에는 '스미레'의 시선으로 서로의 첫 만남부터의 사건을 보여준다. '마나'에게 '스미레'는 붙임성 좋고 누구나와 이야기를 잘하며 밝은 아이이다. 하지만 '스미레'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

친구의 모습은 내가 친구에게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춰주고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

서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깊은 내면만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추측할 뿐.

.

"다들 자기도 모르게 남한테 여러 가지를 강요해."

.

.

있는 그대로의 나

.

마나     _ 나도 스미레처럼 누구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스미레  _ 튜닝하면 돼. 라디오처럼 주파수를 맞추는 거야.

마나     _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갈까 봐 싫어.

스미레  _ 그러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꺼내줄 사람을 만날지도 몰라.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남자친구 앞에서조차 '나'를 꺼내 보이지 못하는데 말이다. 나에게 있어 '마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는 유일한 친구라 생각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떠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쩌면 '마나'는 그가 '나'를 앗아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또한 있는 그대로의 '나'인데 말이다.

.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대사가 깊게 와닿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군가에 내보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처럼 상대방의 주파수에 맞춰 살아왔기에 가끔은 정말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하나 둘 겹쳐진 가면으로 너무나 두꺼워진 나머지 벗을 수가 없다.

.

있는 그대로의 나를 꺼내줄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

.

캠코더

.

앞서 설명했듯이 '동일본대지진'의 희생자와 생존자를 위로하는 영화이다. 기록은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을 의미하는데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

'마나'는 '스미레'가 실종된 바닷가 마을 찾게 되는데.. 우연히 캠코더로 촬영을 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먼저 떠나버린 가족 혹은 연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영상을 찍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져 가는 소중한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

.

상실의 시대

.

누군가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2가지가 있다.

.

'스미레'의 남자친구와 어머니, 그리고 새로 온 점장이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생각나지 않도록 지우거나 마음속 한켠에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거나 말이다. 어느 것이 더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라면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선택을 할 것이다.

.

떠나간 이들 한 명 한 명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함께한 행복한 추억들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이다.

.

.

최근 봤던 '클로즈'가 타인의 부재를 위로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면, '이윽고 바다에 닿다'는 타인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

매거진의 이전글 스프린터 _ 시작과 정상 그리고 끝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