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by 물냉이

냉이


이 길에서

나는 지금 이야기한다

참 잘 살았다고

주저리주저리 달린 꽃들은

겨울 바람에 손 터가며 키운

사랑이라고

단단한 보도블록에도

살아보니 틈이 있더라고

외친다

세상은 넓어 할 일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도 많다고

이 꽃 무성한들 저 벚나무만 할까만은

싹 틔우는 것을 어찌 따라올까

장대처럼 목을 내밀어도

저 숲에 가면 바닥일테지만

이 길 모퉁이에서 살아 남을 나무

몇이나 될까

불면의 밤이 많았지만

꽃 하나 피울때마다 기쁨이었음을

바람에 찢어진 잎, 줄기가 밟혀도

햇볕에 몸을 세우고 바람에 춤추며

살만 했노라고.



냉이


비가 오니 좋더라고요

땅이 부드러워지고

목 메던 먼지도 가라 앉았어요

말라 비틀어진 가슴에도

희망이라는 게 쑥 솟아 오르더군요

조금 일찍 왔더라면

앞 산에 산불도 사그라졌을 걸

그래도 뻐꾸기는 찾아 오겠죠

지난밤 창가 빗물 소리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지만

좋더라고요

향기 적은 꽃이지만

꽃잎 사이로 붉은 심장이

다시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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