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숲을 찾기 애매한 계절입니다. 물론 눈쌓인 태백산이나 상고대가 화려한 고산지대를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만 식물들의 잔치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내 생활이 길어 지면서 몸과 마음이 움추러듭니다. 오는 연락도 적어지고 단순해진 일상은 사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듭니다. 이럴때 찾아 가고 싶은 숲이 신두리사구의 해송숲입니다. 해송은 바닷가에 사는 소나무라고 붙여진 이름이며, 원래 이름은 곰솔입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바닷가의 해송숲은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굳이 신두리의 해송숲을 찾는 것은 이곳에 있는 모래언덕, 즉 사구의 황량함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신두리 바닷가의 허허로움이 오히려 우리의 쓸쓸함을 달래주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많고, 몹시 추운 겨울날 바다를 걷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몰아치는 북서풍을 마주하는 것도 어렵지만 날아 오는 짠내나는 파도를 피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서해의 파도는 동해처럼 높지는 않지만 바다를 건너온 북서풍의 매서움은 손가락을 곱게 만들어 바닷가를 걸으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합니다. 오늘은 태안 신두리의 겨울바다와 해솔(곰솔,해송)숲을 걸어보려합니다.
신두리 가는 길은 꽤 멉니다. 서해안고속도를 타고 가다 서산IC에서 빠져나와 서산을 지나 태안군으로 가야합니다. 예전에는 태안군에서 603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두리사구까지 갔지만 요즘은 길이 좋아진 32번 국도를 타고가다가 소원면의 신덕리나 송현리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지도앱들이 있으니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신두리사구 여행의 출발은 두웅습지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구습지인 두웅습지는 곰솔과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갈대와 애기부들, 수련들이 습지주변과 수면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많아 지금도 상징물로 이용됩니다. 그 이후로 금개구리대신 황소개구리가 우점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황소개구리도 이곳 생태계에 한축으로 고정되어 가는듯한 생각이듭니다. 겨울 두웅습지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데크따라 습지 안쪽으로 걸어가보고, 습지 앞에 있는 사구습지 안내판을 읽어 보는 정도면 될것 같습니다. 두웅습지에서 신두리사구로 가는 길에는 주변의 나즈막한 산들이 온통 곰솔과 소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산들을 파보면 대부분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얘기는 나즈막한 산들 대부분이 사구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두웅습지의 겨울, 물억새의 종자들이 아직 남아 있어 늦가을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구로 가는길 나느막한 산들의 소나무와 곰솔로 이루어진 숲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리사구의 겨울은 황량합니다. 눈에 띄는 것이라곤 황량한 모래언덕 뿐이니 더 그럴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래언덕이 있기에 생물들에게 특이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주고,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생물들을 만날수 있는 것입니다. 모래언덕에서 사는 식물을 우리는 사구식물이라고 합니다.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갯그령, 갯메꽃, 해란초 등 우리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입니다. 신두리사구에는 표범장지뱀도 있는데 여러분이 사구를 거닐다 도마뱀을 만난다면 표범장지뱀일 가능성이 있으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신두리사구는 아까시나무를 비롯해 귀화식물인 달맞이꽃, 돼지풀 같은 외래식물과 쑥 같은 육상식물이 들어와 사구의 환경을 교란시키고 있었습니다. 문화재청과 태안군의 노력으로 2차사구에 있는 외래식물과 육상식물을 제거하고 그 위에 해안에서 공급된 모래가 퇴적되면서 지금의 사막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사구가 조성된 것입니다. 최근엔 신두리사구에 소똥벌레의 복원을 위해 일정시간 소를 방목하기도 했습니다. 사구의 복원을 위한 지자체와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신두리사구 보호지역 바깥쪽은 심각하게 사구의 훼손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에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팬션든 숙박업소의 개발, 사구 모래의 채취, 사구지역에 있는 농경지에 무분별하게 성토되는 토양 등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신두리사구의 모래언덕, 가까이 보이는 것은 소똥입니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신두리의 2차사구
바닷가의 1차사구 모습 신두리의 해안을 감싸고 있는 모래밭은 4km정도 됩니다. 사구의 시작과 끝지점도 3.4km정도 되니 걷기에는 적절한 구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호지역 안에는 사구의 훼손과 외래종의 이입을 막기 위해 데크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데크를 따라 솔숲과 나란히 걷다 지치면 바다쪽으로 나와 사구의 중앙에 나 있는 모래길을 걸으면 겹쳐지는 경관없이 신두리사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바닷물과 만나는 모래사장을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갈매기들과 추위를 피해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들을 만날 수있습니다.
신두리사구 옆의 데크길
사구 옆의 소나무숲은 대부분 곰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다쪽의 사구 중간에 있는 통행로, 모래를 밟으며 걸을 수 있습니다 사구는 햇빛과 바람, 모래 가 많은 곳입니다. 여름철엔 뙤약볕이 힘들고, 겨울엔 사나운 모래바람과 추위에 떨어야 합니다. 사람들도 별로 찾지 않는 겨울의 신두리사구를 걸으면 인생이란 뭔지, 어려움이라는 건 또 어떤 것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저 빨리 걷고 어디가서 따스한 커피라도 한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세상에 지쳐 외롭고 힘들다면 겨울 사구를 걸어 볼 것을 권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포기보다는 힘을 내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덜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열악한 환경과 마주할 때 우리가 누리는 작은 행복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이 쌩쌩부는 사구에 저녁이 내리고 있습니다. 구름들도 집으로 가고 싶은지 걸음을 재촉합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지역의 대표 음식인 박속낙지의 따끈한 국물로 몸을 녹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