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것들이 있다

by 물냉이

사용하지 않으니 퇴화하는 것들이 있다

잔잔히 바라보던 애잔함

비 내리는 다방에 앉아 성냥개비를 쌓던 무료함

늦은 밤 오지 않는 차에 대한 기다림

큰 가방에 파란 하복 검은 모자로

만원 버스를 타던 중일 아이의 까까머리

얼굴을 덮는 모자를 올려 쓸 때마다

까맣게 반짝이던 눈동자

그리워하지 않으니 잊히는 것들이 있다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일면

신작로 미루나무 줄기에 울던 쓰르라미

소나기에 연잎을 튀어 오르던 청개구리

보지 않으니 그리워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무지개 돋는 들길을 달리는 굴렁쇠

달구지 털털거리는 느릿한 시골길

가다 쉬다 기다려도 정가는 사투리의

장항선 비둘기호 타고 가던 대천해수욕장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