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족암
동굴 안으로 파도가 들어와 당황했다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젖은 발은
꿉꿉했다
파도가 잠시 물러날 때 동굴의 입구에 섰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잔광에 빛나는 쥐라기의 기억들
검은 실루엣으로 버텨온 세월이 이처럼 단단하다
아직은 해가 남아있는 어스름
구름도 편편히 눕는 바닷가에서
오래된 기억을 찾는다
뻘은 파도에 밀려 하루에 두 번씩 목이 잠기고
나이테처럼 쌓인 연륜은 고압에 눌려
이암의 지층이 된다
좁은 동굴에서 울리던 목소리는
가시 걸린 듯 세월의 한편에서
곪아 가겠지만 그것도 잊혀질 것이다
다시 파도가 밀려오고
발자국들 선명히 일어나
다시 바다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