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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꽃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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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Apr 30. 2024

고산차

고산차


해마다  한 번씩은  마시는  차가  있습니다

대만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야생차를  따

정성으로 덕은  차입니다

다른  차들처럼 길쭉하거나  철사처럼

곱아 있지  않고 작은 공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는  차입니다

서울에 살며 대만은  이야기만 들어 본

우리 집에  이  차가  있는  건

한때  대만에  체류했던  처형 덕입니다

나이 어린 제부를  챙겨주던 추억이

깃든 차입니다

수증기가 치오르는  주전자의  불을 끄고

세  숨쯤 참은 후 물을  부으면

다갈색의  찻물이  우러나옵니다

그 떫지 않고  마신 후에  단맛이  침으로  고이는

차가 10년  넘게  있는 건

일 년을  가는  잔향 때문입니다

일상에  묻혀  지내다가도

오월이면 그  햇빛  밝던 날이

떠오릅니다

이별 없는 만남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너무  이른  이별은  멍 같은  기억을 남깁니다

봄이  꼭지에  찰  때쯤  마시는  차 한잔은

다시 멍으로 짙어져 한편에  자리 잡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이  피었다가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껴 마시는  차를

선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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