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개불알풀
귀가 얇은 나는
비 소식에 갑자기 우울해졌다
빗방울 따라 튀어 오르는 흙들이
싫다
서로 보아주는 봄날은 짧은데
무거운 그림자
이제 막 꽃봉오리를 올린 모과나무는
밤마다 피부를 긁는다
눈 같은 각질을 맞으며
나의 보라색 꽃에 집중한다
아침이 오면 안개를 가르며 해가 온다
저녁을 먹고 바람 가라앉은
구름 낀 공원을 걸으면
앵두꽃들 사이로 새살이 비친다
그래도 봄이다.
걷기여행자. 싱거우면서 쌉사름하고, 납작 깔리다 불처럼 일어서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