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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밥
나의 가족
by
유울
Oct 16. 2023
20살 때부터 타향살이를 해온 나는, 식당 음식을 먹거나 집에서 밥을 대충 해 먹으며 끼니를 해결했다.
하지만 식당 음식을 먹어도, 직접 요리를 해봐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었다.
바로 엄마의 집밥이 그리워서 생긴 허기.
우리 엄마는 김밥을 아주 잘 만드신다.
김밥이 많이 짜지 않고 적당히 삼삼하고, 밥보다는 내용물이 알찬데, 초등학생에게도 한입에 쏙 들어가는 비교적 작은 크기다.
엄마와 동생들과 김밥을 함께 만들어 먹기도 했다.
불과 칼을 이용해야 하는 재료 준비는 모두 엄마가 다 해주시면, 우리들은 작은 손으로 김에 밥을 깔고 재료를 올리고 돌돌 마는 걸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재밌는 건 우리가 다 하고, 엄마는 고생만 하신 것 같다.)
난 그렇게 만 김밥 한 줄을 통으로 들고 먹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먹으면 한 입에 김밥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욕심 많은 나에게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 엄마의 된장찌개와 계란말이도 일품이다.
나도 된장찌개를 자주
끓여 먹는데, 내가 끓인 것보다 엄마가 끓인 게 맛있다.
들어가는 건 똑같은데 왜 맛이 다를까?
내 생각에는 외할머니 된장에 비법이 있는 것 같다.
외할머니께서 만드신 된장은 파는 것과는 수준이 다를 정도로 풍미가 있고 감칠맛이 돈다.
나도 외할머니 된장을 공수해야겠다.
그리고 엄마의 된장찌개에는 항상 감자가 들어갔다.
내가 고구마보다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귀신이라, 엄마가 떠준 된장찌개에는 감자가
한가득 있었다.
흰쌀밥을
된장찌개에 말아서 계란말이와 함께 먹는 조화는 임금님 수라상 저리 가라 수준으로 맛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감자를 으깨서 밥과 비벼먹으면 그 식사는 완벽한
한 끼가 된다.
집에서
돈가스도 많이 해 먹었다.
돈가스용
고기를 준비해서, 밀가루와 계란물과 빵가루에 고기를 차례대로 넣으면 된다.
우리 집
은 세 자매였기 때문에 한 명이 하나씩 맡아서 돈가스를 만들면, 엄마가 프라이팬에 돈가스를 튀겨주셨다.
이때 계란물은 차가워서 손이 시리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역할을 바꿔서 해야 했다.
나는 경양식
돈가스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엄마랑 동생들이랑 만든 돈가스는 왜 그렇게 맛있었나 모르겠다.
그렇게 열심히 만든
돈가스는 일부만 바로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얼려서 보관해 두었다.
먹고 싶을 때마다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는
돈가스를 꺼내서 저녁으로 해주셨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의 음식은 그 누가 만든 것보다 맛있다.
우리 엄마가 요리를
잘하시기 때문도 있겠지만, 직장을 다니시는 와중에도 우리를 위해 매 끼니 정성스럽게 밥을 해준 엄마의 노고를 알기 때문에 그 음식들이 참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때의 그 음식에는 나와 엄마와 우리 가족들의 추억도 담겨있어서 더 맛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해 준 집밥이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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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좋아하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20대 초등교사. 교사로서, 인간으로서의 내 찰나의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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