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단식존엄사를 권할 수 있을까?
단식존엄사
불치병에 걸린 엄마의 의지로 점진적으로 먹는 양을 줄여가면서 20일즈음에 죽음에 이르게 되는 내용이다.
대만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이고, 작가 본인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작가는 호스피스 전공은 아니지만 의사로서, 의학적인 지식이 뒷받침 되어 있고 지식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임종을 도왔다. 대만에서도 안락사는 합법이 아니다 보니,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단식을 통해 죽음에 이를 수 있음을 이야기 해줬고, 어머니는 강력한 의지로 단식을 통해 죽음에 이르렀다.
이 책은 신각책 코너에서 기웃거리다 책 제목에 끌려 도서관 책장 앞에서 한장 두장 읽다보니 평소 안락사에 찬성입장인 나에게 "아니, 이런방법이 있어?" 하고 무릎을 탁 치며 바로 대여하여 읽게 된 책이다.
평소에도 질병으로 인해 죽는 것 보다 내 삶을 이어 나가는 것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안락사 도입으로 인해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 건 다양한 제도적 장치로 막고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공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어머니가 단식을 결정하게 된 계기, 단식을 진행한 방법, 단식을 진행하는 시간 동안 어머니와 가족간의 이별을 준비하며 생전 장례식을 통해 오히려 사후 장례식보다 의미가 깊었다는 이야기가 담아져 있었다. 나도 생전 장례식 내용을 보면서 정말 사후 장례식 보다 생전에 이별할 시간을 갖는게 돌아가신 고인에게도 더 의미가 있고, 고인을 떠나 보내는 가족에게도 응어리 없이 모두 털어 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 했다. 나도 막연히 부모님께서 정말 고통스러워 하신다면 단식 존엄사를 추천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 친정에 갈 일이 있어 엄마와 동생에게 이런 방법도 있다며 책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와 동생도 무릎을 딱 치며 와 정말 그런 방법이!! 라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달랐다.
엄마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겠냐며, 그것 보단 빨리 안락사 도입 되는게 좋을 것이라 하셨다.
셋째 큰아버지께서 지지난해 췌장암 말기로 임종하셨는데, 말기가 발견 되기 전 같이 식사를 하실 때 항상 '난 밥을 안먹어도 배가 안고파' 라며 아주 소식을 하시는 모습을 종종 봤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고, 또 임종 전에는 잠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서 나는 그냥 막연히 단식 존엄사를 결정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면 배도 별로 안고프고 잠도 오래자면 어느정도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친정 엄마의 말을 듣고, 조금 다른 관점을 염두해 두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을 앞으로 다시 넘겨 읽어 보았다. 분명 읽은 부분인데, 단식을 이어가는 중에 어머니를 보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냐며 우는 남동생이 나오는 부분... 단식 존엄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머리에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책의 끝자락에는 작가가 책을 쓰면서 느낀점을 적어 둔 글이 있었는데, 허기와 목마름에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친정 엄마의 말을 듣고 그 문장을 보자 나는 아사(餓死)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단어의 힘은 정말 큰 것 같다. 단식 존엄사라는 단어가 머리속을 지배할때는 안락사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는데, 아사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내가 과연 우리 부모님께 저 방법을 권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사(餓死) 했다는 사건들을 보면서 정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고 슬퍼했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안락사가 불법이니 단식 존엄사를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겠다 라고 쉽게 생각한 내가 좀 부끄러웠다. 역시 많은 논의가 뒷받침 되고 여러 제도적 장치가 탄탄해야 겠지만 안락사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이별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알게 되었고, 보통의 우리는 이별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떠나 보낼 수도 있으므로 평소에도 가족 간에 사랑을 나누며, 응어리진 마음을 미리 비워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