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은 없지만, 나는 유기농을 한다.
7월 8일, 고흥의 하우스 안은 40도를 넘겼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나는 매일 유기농 유자나무 앞에 선다.
다행히, 무럭무럭 자라나는 청유자는 여전히 거뜬하다는 듯 푸름과 향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유자는 5월부터 여러 차례 꽃을 피운다.
하지만 실제로 열매를 맺는 건 대부분 1차, 2차 착화다.
그 이후에 나무를 새하얗게 뒤덮는 수천 개의 꽃들은
과실비대기에 들어갔다가 대부분 낙과된다.
그런데 올해도 1차, 2차 개화가 통째로 걸러졌다.
6월 중순이 넘어 간신히 붙잡은 몇 송이의 꽃이
고맙게도 적지 않은 열매를 맺어주었다.
작년에는 유례없는 착화 실패에 고흥 유자 농가들이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놀라움은 줄었고
대신 더 깊은 불안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이 변화는 일시적인 ‘이상기온’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조용히 농부들의 마음속에 퍼져간다.
지난겨울 고흥 유자 생산량은 약 8,400톤으로,
23년도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농사꾼도, 연구자도 지금의 착화불량을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유례없는 기온과 그에 따른 유례없는 결과 사이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연결고리를 짚어볼 뿐이다.
분명한 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에도, 그 전해에도 무언가가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순이 올라오는 시기, 꽃이 피는 리듬, 해충의 발생 시점까지—
예전과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이건 단순한 이상기온이 아니다.
기후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는 확신은 없다.
이 변화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피해 갈 수 없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 파도를 감내할 준비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도 혼자 노를 젓고 있지만,
언젠가 같은 방향을 향해 노를 젓는 이들이
하나둘 곁에 생길 거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유기농 유자의 나무 앞에 선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혹시, 당신도 당신만의 파도 앞에 서 있는 중인가요?
당신이 지키고 있는 나무는 어떤 모습인가요?
언젠가, 같은 바람을 느끼며
우리가 서로의 노를 봐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