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니카미드? 한 방에 끝내는 약이지만…
여름이 되면 농장에 흡즙 해충 시즌이 찾아온다.
진딧물, 응애, 깍지벌레…
수확 직전인 가을까지도 끈질기게 돌아가며
나 몰래 본인들 끼리 세력 싸움이라도 하는건지 참 열심히다.
이 작은 녀석들이 잎을 빨고, 순을 말라 죽이고, 분비물로 유자를 지저분하게 만든다.
관행농에서는 이런 해충을 한 방에 해결하는 약들이 있다.
예를 들면 플로니카미드 계열 약을 쓰면,
식물체가 약을 흡수하고 진딧물이 수액을 흡즙하는 순간, 구침이 마비돼 섭식이 멈춘다.
내성도 거의 없고, 한 번만 쳐도 20일 이상 효과가 이어지며 재발생도 억제된다.
“이래서 다들 이런 약을 쓰는구나…” 싶은 순간이 많다.
새삼 경이로운 현대 화학기술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유기농을 한다.
그러니 그런 약을 쓸 수 없다.
우리는 천연물 오일 성분 약제를 쓰는데,
해충에게 독성을 일으키는게 아니라, 몸에 직접 묻어서 숨구멍을 막아 효과가 난다.
한 마리라도 약을 피해가면, 며칠 만에 다시 번식해버린다.
물론 아무리 꼼꼼하게 쳐도 남는게 태반이고, 초생 재배라 잡초에 숨기도 한다.
그래서 진딧물, 응애, 깍지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무 수백 그루를 돌며 SS기로 오일 약제를 뿌려야 한다.
가격이 비싼 약제긴 하지만, 다행히 정부에서 일부 지원을 해 주어 약값 부담은 덜하다.
조금 수고가 더 되더라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최고로 인정받는 유자를 키울 수 있다는 자부심이
오늘도 뜨거운 날씨와 굉음을 내는 기계와 함께 밭을 돌게 만든다.
“얘들아, 너네들은 참 적당히를 모르는구나… 그래도 나는 끝까지 해볼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