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작은 손을 놓는 연습

9시 10분, 아파트 앞에서

by R Son


아침 9시 10분이면 나는 딸의 손을 잡고 아파트 앞에 선다.


유치원 버스가 올 때까지, 짧으면 5분, 길면 10분. 나와 이 아이만 서 있는 것 같은 시간.




어떤 날은 가만히 손을 잡고 서 있다. 아이의 손이 작년보다 조금 커진 걸 그때 느낀다.

어떤 날은 수다를 떤다. 어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오늘은 뭘 할 건지, 급식에 뭐가 나오는지.

7살의 세계는 매일 새로운 사건으로 가득하다.


어떤 날은 술래잡기를 한다. 아파트 화단 주변을 빙빙 돌며 까르르 웃는 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른다.

딸의 친구가 먼저 나와 있으면 둘이서 장난을 치고, 나는 한 발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본다.

뛰어다니다가도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오면 갑자기 진지해지는 얼굴이 웃긴다.


버스가 선다.


문이 열리고, 딸이 계단을 오른다. 씩씩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 발 따라간다.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창밖을 본다. 나를 찾는다.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 웃음이 참 좋으면서도, 걱정이 스친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낼까. 밥은 잘 먹을까. 친구들이랑 안 싸울까. 작은 몸이 버스에 실려 멀어질 때마다 마음 한쪽이 같이 실려 간다.




한 번은 아침이 유난히 정신없었다.



출근 준비에 아이 챙기기에 허둥대다가 버스를 보내고 돌아서는데, 현관에 유치원 가방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순간 멍해졌다가, 웃음이 터졌다. 혼자 아파트 복도에서 웃다가 급하게 차를 빼서 유치원까지 달려갔다.


가방을 전해주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웃었다. 어이가 없는데 웃기고, 웃다가 신호 대기에서 멈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 허둥대는 매일이, 결국 다 이 아이 때문이구나.


며칠 전, 딸이 내게 말했다. "유치원 가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거침없이 버스에 오르던 뒷모습이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 계단을 오르는 그 작은 발이 달라 보였다.




버스가 떠나면 나도 출근한다.


손을 놓자마자 하루가 시작된다. 가끔, 오전 회의 중에 문득 아침의 그 손이 떠오른다.


작고 따뜻했던 그 손.


매일 아침 나는 그 손을 잡았다가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젠가 이 아이가 더 이상 유치원 버스를 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스스로 걸어서 학교에 가고, 나중에는 나 없이도 어디든 갈 것이다. 그때가 오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술래잡기를 하던 화단 앞도, 창밖에서 흔들던 작은 손도, 가방을 놓고 허둥대던 그 아침도.


그래서 오늘도 9시 10분에 아파트 앞에 선다.


딸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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