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1920년대 재즈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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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은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은 안나지만, 유튜브로 1920년대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듣게 되었다. 시기는 대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시작하고나서였다. 마음이 괜히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른 플레이리스트도 들어보고, 신나는 스윙음악도 들었다.

그러다보니 그 흥겨운 박자, 리듬, 멜로디에 맞춰 춤을 주는 사람들의 흑백 영상을 보았다. 모두가 너무 신나고 행복해보였다. 보는내내 입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나도 저렇게 춤을 추고 싶었다. 왜냐하면 하나같이 다 그 춤을 추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한 몇개월은 그냥 틈틈히 그 춤을 추는 영상클립들을 찾아보면서, 정말 일을 하다 힘들때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재즈, 스윙 댄스를 자주 검색하다보니 한국에서 활동하는 댄서들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되었고, 비공식적이지만 틈틈히 클래스가 열린다는 걸 보게 되었다. 5월 초,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고, 더이상 영상으로만 보는게 아니라 나는 이 춤을 직접 배워보고 싶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강을 신청했다.


1회차 수업날. 연습실로 찾아갔다. 모두 당연히 처음보는 사람들이었고, 선생님은 내가 영상으로 보던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내 소속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나는 당연히 소속이 없다고 했더니, 선생님과 사람들이 많이 놀래는 모습을 보았다. 왜냐하면, 동호회나 소셜 소속이 아닌데 자기 발로 직접 혼자 배우러 온 사람은 거의 처음 봤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린디홉이나 커플로 관련 춤을 꽤 오래 경험하신 분들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색해하는 것 같다가도, 춤을 출때 내가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모두 너무 흥겨워하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다들 내게 친절했다. 첫 수업에서 사실 조금 겁을 먹긴했다. 다들 너무 금방 따라하고 잘해서, 놀랐기 때문이다. 거기서 나랑 동갑인 친구도 생겼는데, 그 친구는 내가 와서 반갑다며,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었다. 수업이 마무리되어갈때, 선생님이 예상치 못한 칭찬을 해주셔서 놀랐다. 스윙이 처음인데 곧잘 따라하고, 멘붕이 오지않고, 열심히 한다고.

혹시 다른 춤을 췄었냐고. 신기해서 관찰하는 중이라고. 자기가 지금껏 본 캐릭터 중 처음보는 캐릭터라고.

사람들도 정말 스윙이 처음이냐고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저 이 시대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정말 그때 들었던 생각은,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것과 정말 해보기 잘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직접 연습실을 빌려서 수업때 배운 것을 복습하고, 그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여러번 다시 봤다. 나도 고민을 꽤 오래한 편이지만, 다시 생각해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수업이 끝나고 가볍게 막걸리 한잔에 전을 먹은 적이 있다. 이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뒷풀이어도, 가볍게 한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모습이 좋았다. 내가 몇살이고 어디살고 무슨 직장을 다니는지, 내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속하는지가 아닌. 함께 공유하는 내용하나가 너무나도 강력하고 확실했기에. 찌들고, 부정적인, 의미없는 취함과 헛소리의 지껄임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나에게 또 칭찬을 해주는 선생님과 사람들 때문에 힘이 났다.

낮시간에는 다들 어딘가에서 직장인으로 있을 사람들이겠지만, 춤을 추는 동안은 마치 잠시 다른 세계에 온 것 처럼 너무나도 온전하고 충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내 직장에서 보는 사람들과는 또 다른 정말 다른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니까 또 거기서 신선함과 새로움과 가장 큰 것은 밝은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다. 마치 나의 또 다른 제 2의 삶을 사는 기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확실히 알아가는데서 오는 만족감과 짜릿함.


선생님의 본업은 의사인데, 춤을 10년 넘게 했다는것부터 놀라웠지만, 수업중에 “얘들아 하고싶은거 다하고 살아” 라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되게 여운이 깊었다. 마치 내가 항상 나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부정하게 되었던 그 말을 나에게 다시 해줄 수 있었던 기분. 춤을 출때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정말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정말 행복해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기때문이다. 사람 자체에서 빛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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