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대표 혼자 다 할 것인가, <의욕은 있지만 역량이 부족할 때>
시중의 리더십 서적들은 말한다. 리더는 '그릇'이 커야 하고, 팀원을 포용해야 하며,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리더들에게 이는 현장을 모르는 사치스러운 조언일 때가 많다.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왜냐햐면 현장에서는 리더의 품격도 품격이지만 현실적으로 '역량 미달인 직원'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내 기대치의 반의반도 못 따라오는 팀원을 데리고 심지어 작년보다 높아진 KPI를 달성해야 하는 리더의 고충은, 실무진의 업무 스트레스 그 이상이다. 누군가는 그 하중을 견디는 대가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 아니냐고 묻겠지만, 리더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는 뛰어난 '실무자'였을 뿐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키맨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그 자리에 올랐을 뿐,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끄는 법을 체계적으로 경험했을 가능성이 대규모 조직의 관리자보다 현저히 낮다. 나는 이 지점이 리더가 겪는 모든 비극의 시작이라고 단언한다.
결국 팀 단위로도 성과를 ‘꾸준히’ 내는 리더는 두 부류다. 타고나기를 사람을 잘 다루는 '호감형'이거나, 본인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시스템'으로 팀원을 이끄는 전략가거나. 후자를 고민하는 리더들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역량 미달 직원을 '업무 병기'로 만드는 <4단계의 인큐베이팅 전략>을 소개한다. 단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전략은 역량은 부족하지만 의욕은 살짝이라도 있는 팀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역량도 없고 의욕도 없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은 다음 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열정 있는 팀원은 리더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리더가 할 첫 번째 일은 직원과 소통하며 그 열정을 그저 '알아봐 주는 것'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면담'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격식을 차리는 순간 팀원은 방어기제부터 세운다.
식사, 티타임, 가벼운 산책도 좋다. 방법은 상관 없다. 왜냐면 핵심은 태도이기 때문이다. "요즘 무슨 일을 하는가?", "무슨 고민을 하는가?" 이런 식으로 쥐어짜듯 묻지 마라. 대신 '나는 네 직장 생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언제든 네 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다.
야망 있는 팀원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을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 말이 없고 소극적이며 잘 웃기만 하는 사람들 중에도 성장 가능성은 진주처럼 숨어 있다. 특히 이들은 리더와의 접촉을 계기로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정리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리더는 고작 몇 번의 대화로 사람을 다 파악했다고 자부하지 마라. 그저 팀원이 업무를 향해 '심리적 문턱'을 낮추도록 유도하게만 해라. 팁을 전달하자면, 팀원이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라는 설렘을 갖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리더의 고민을 슬쩍 공유하는 것이었다.
라포(Rapport)를 형성했다면 이제 실질적인 업무로 들어가보자. 팀원의 매너리즘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이지만, 현업에서 매번 새로운 일이 쏟아질 수는 없다. 그리고 대기업에서는, 특히 역량이 그다지 크지 않은 직원에게는 루틴한 업무가 배정되어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필요한 것이 리더의 전략적 미션 재구성, 즉 '판 다시 짜기(Re-framing)'이다.
판을 다시 짠다는 것은 기존에 반복하던 업무 루틴 사이를 뚫고 새로운 관점을 하나 심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늘 반복적으로 트레킹해 보고하던 A 업무의 월간 보고서가 아니라, 다음 달부터는 ‘아젠다 발굴을 위해 트레킹한 지표 중에서도 유효한 데이터를 뽑아보자’는 식으로, 업무에 새로운 시각이나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이 지시는 업무의 전체적인 방향성에도 부합해야 한다)
사람은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을 때 저항하기도 하지만, 열정이 잔잔히 깔려 있는 팀원들은 새로운 미션 앞에서 긴장감과 열정을 동시에 느낀다. 익숙한 일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인큐베이팅의 두 번째 단계다.
에이스급 직원은 리더의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다. 오히려 스스로 청사진을 그리고 리더는 결정만 내리도록 고민의 여지까지 모든 판을 다 깔아온다. 이런 자들은 이름만 리더가 아닐뿐 역량은 이미 충분한 자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끌어야 할 대다수의 팀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때 좋은 리더는 레퍼런스를 갖게 한다. 업무가 잘 되었을 때 결론적으로 우리가 어떤 기업의 어떤 사업 모델을 지향하여 참고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방향성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 3단계 '청사진' 작업은 팀원에게 업무의 나침반이자 좋은 참고서가 되며, 또 레퍼런스를 통해서 심리적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레퍼런스만큼 대단하고 좋은 일이다’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여력이 된다면, 참고할 만한 사업 모델의 리스트업부터 팀원이 해보도록 지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사진을 정하고 업무를 궤도에 올렸다면 그 다음부터는 중간보고 과정이 이어진다. 이때 리더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요지는, '피드백의 기준'이 있느냐이다. 단순히 "이건 별로니 다시 해와"라는 식의 피드백은 최악이다. ‘실력 있는’ 리더는, 특히 팀원들 사이에서 히스토리가 없는 완전히 뉴페이스의 ‘신입 리더’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업무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이 결과물을 어떻게 판단했는가?
왜 이 안은 리젝 되었는가?
어떤 지점이 충족되어야 통과될 수 있는가?
리더의 기준이 언어화되어 공유될 때, 직원은 비로소 리더의 눈높이를 ‘알고’, ‘이해’하고 다음 업무를 리더의 수준에서 ‘준비’한다.
만약 앞선 1~3단계를 잘 수행했더라도 이 4단계 피드백에서 무너진다면 팀원은 영원히 당신의 손을 거쳐야 하는 '미숙련자'로 남을 뿐이다. 만약 지금 그러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면 혹시 팀원이 못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자신의 기준을 아직 명료하게 정리하거나 제대로 언어화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루틴한 업무라면 한 분기, 프로젝트 단위라면 세 번의 사이클을 이 4단계의 인큐베이팅 전략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리더는 단순히 일을 '잘' 하는 팀원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완벽히 공유하는 '진짜 내 사람'까지 얻게 될 것이다.
결국 팀원을 인큐베이팅하는 것은 리더의 시간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며, 조직의 시스템을 가장 견고하게 구축하는 확실한 투자 방법이다.
이안(Ian)
내러티브 기획자입니다. 조직에 쓸모있는 내러티브를 연구합니다. ianlee.official2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