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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영 Jun 07. 2022

잠 잘 자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새벽이다.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잠에 빠져 어둠에 익숙해졌다면 느낄 눈부심도 강하지 않다. 마치 내내 눈을 반쯤 뜨고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다시 시간을 확인해보니 깨어난 지 30분째. 결국 잠드는 것을 포기하고 핸드폰 잠금을 해제한 뒤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맑은 정신이었다면 이대로 일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해도 무리가 없겠지만, 지금 내 상태는 정신만 겨우 깨어 있는 느낌이다. 자야 하는데 밤새 영화를 본 것처럼 어딘가 멍하고 눈은 피곤하다.


어젯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것은 오전 열두 시경이었다. 이대로는 빨리 잠들 수도 있겠다 싶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불을 껐다. 하지만 어김없이 한참을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베개를 고쳐 베고, 몸이 저릴 때쯤 자세를 바꾸고, 잠든 것처럼 숨을 고르게 쉬어도 보고…


이런 동작들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무리 고쳐 누워도 어딘가 불편하다. 불을 켜는 순간 그 애매한 몽롱함마저 완전히 달아나 버릴까 봐 섣불리 불을 켜지도 못한다. 어떻게든 잠은 자야 다음날을 보낼 수 있으니까.


잠드는 데 오래 걸리는 것은 이미 익숙하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시간을 확인하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세 시간까지도 지나 있다. 누워서 잠들기를 포기하고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아 가만히 어둠 속을 응시한다. 다시 몸을 눕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스르르 몸을 눕히고 그대로 잠을 청한다. 성공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가끔은 괴롭기까지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잡념들이 지겹다. 몰아내려 할수록 오히려 더 뿌리를 내리고 생각을 키워간다. 내 잠을 쫓아낸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다 어느새 동이 트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막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아침은 매우 찝찝하다. 어느 순간에 잠에 들긴 한 것 같은데, 그저 눈을 감고 있다가 뜬 것처럼 이상하게 멀쩡한 정신. 그리고 어젯밤 그대로인 피로.


밤에 잠들지 못하는 것이 싫어 불을 최대한 늦게 끈다. 불을 끄고 본격적으로 잠들려 하는 때부터 나의 잠은 달아나곤 하니까. 불을 켜놓고 일부러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버텨야 비로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온다. 그때 얼른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평소보다 순조롭게 잠에 빠지면 그래도 성공이다.


같이 기숙사에 살던 룸메이트는 잠들기로 마음먹으면 10분 안에 잠들 수 있었다. 기숙사 방에서 같은 시간에 침대에 누워도 나 혼자 그 애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몇 시간을 보낸 날이 잦다.


잠 잘 자는 사람이 정말 제일 부럽다.






아. 눈꺼풀이 슬슬 무거운 걸 보니 이제 다시 잠이 오려나. 날은 이미 밝았지만 일어나야 하는 시간까지 좀 남았으니 이 소중한 잠을 쫓아버릴 필요는 없다. 잠이 덜 깬 새벽에 끄적이는 중이라 의식의 흐름에 충실하다. 나와 같이 잠 못 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잠들기 위해 뭘 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제 정말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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