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부동산이라고 우겼다.

풍수지도사 아버지의 명당부동산

by 영애비

내가 사주 명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재밌어하며 흥미를 보이거나, 아니면 아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거나.

명리 업계에 종사하시는 여러 분들의 노력 덕분에
예전보다는 사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 점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교육심리 석사 학위가 있는 대학 동기는
흥미를 떠나 아예 응원까지 해 주는 고마운 친구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응원의 마음을 굳힌 계기는 석사 학위 수여식 날
교수님의 한마디였다고 한다.


“이제 여기서 배운 지식을 각자의 현장에서 쓰게 되겠죠.
그런데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일까요?”

정신과 의사, 교육 상담사, 심리학자 같은 대답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고 한다.

그러자 교수님이 이렇게 덧붙이셨다.

“맞습니다. 그런데 한 부류를 빠뜨리셨어요.
바로 사주 명리 상담가입니다.”


의외의 말에 잠시 술렁였지만,
교수님의 설명은 간단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주 상담에서 위로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공부하라는 말까지.

그 이야기를 전해준 친구 녀석은
지금도 늘 고맙기만 하다.


반면, 펄펄 뛰며 이상한 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특히 집안 어른들 반응은 거의 정해져 있다.

“쟈 멀쩡하게 공부 잘하던 놈이 와 저래 됐노?”
“서울 가서 애 배리삐따.”
“저 집 외할매 신기 있다 안했나?”
“고마 때리치아라.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데…”


그래도 솔직히,
내가 제일 궁금했던 반응은 따로 있었다.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앞으로 내 글에 자주 등장할 우리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노인이다.

자기주장 강하고, 깐깐하고,
기준에서 벗어나는 걸 절대 못 참는다.

그런데 또 해학과 유머가 넘치고
입담이 대단하다.

종교에 대해서도 편견은 없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린 경력도 화려하다.
다만 기간이 항상 짧을 뿐이다.


한때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다 그만두셨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딱 한마디 하셨다.

“헌금 낼 돈 없다.
교회는 자꾸 돈 달라캐서 싫다.”

괜한 오해는 말자.
우리 동네 목사님은 절대 그런 분 아니다.

그냥 우리 아버지가
돈 쓰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시는 분일 뿐이다.


6개월 교회 경력으로
수십 년 다닌 동네 아지매들에게 교리를 가르치셨고,
다음은 성당이었다.

역시 6개월.

이유는 간단했다.

“신부님이 세상을 뭘 아나?
십 원 한 장 안 벌어 봤을낀데…”


이런 아버지라서
내가 명리학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반응이 더 궁금했다.

“명리학? 사주? 니가 그걸 한다꼬?”
“요즘엔 공부 많이 해요. 예전이랑 달라요.”
“아 글나? 그거 공부 만만치 않을낀데…
열심히 해 봐라.”


의외의 반응에 고개를 돌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풍수지리 지도사 자격증.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대학원까지 다니며
풍수지리 지도사 자격증을 딴
정식(?) 풍수지리사였다.

그토록 원하시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못 따서
지금은 어머니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눈칫밥을 드시고 계시지만 말이다.


현재 지방에서 어머니가 운영 중인
‘명당공인중개사 사무실’이라는 간판도
아버지의 작품이다.

부동산에 풍수를 얹어
돈을 갈고리로 긁어모으겠다는
아버지의 야심작이었다.


아버지는 지금은
풍수지리사로 활동하지는 않으신다.

연세도 있고,
예전에 묫자리 봐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무실 한 귀퉁이에 덩그러니 놓인 나경을 보면
그만두신 게 맞는 듯하다.


그래도 집안 어른들 초상이 나면
그 나경을 들고 진두지휘하시는 모습은
지금도 제법 멋있다.


앞으로 풀어낼
우리 아버지의 기묘한 풍수지리 이야기,
조금만 기다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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