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무하는 초등학교 재량휴업일이라 일찌감치 차를 몰고 밀양리더스 cc로 향했습니다.
연월차가 없는 업무이기에 평일의 골프는 불가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있는 이런 휴일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차창을 스치는 맑은 바람과 햇살, 신록이 짙은 5월은 운동하기에 최상의 조건입니다.
운전해 가면서, 친구 둘과 아버지를 모시고 친 2년 전 라운딩이 떠 오릅니다.
"아버님 이런 걸 홍길동온이라 합니다. 형을 형이라,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듯이, 그린 맨 끝에 걸쳐있는 온 같잖은 온을 말합니다.ㅎㅎㅎ~~~~~ 그리고 CEO온은 무슨 약자인지 아시는지요~~모르시겠지요ㅎ~ '시바 이것도 온' 이가 ~ ㅎㅎㅎㅎ"
라운딩 내내 고령의 아버지를 아랑곳 않고, 즐거운 농담을 끝없이 쏟아냈던 K친구가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당시 라운딩 후 아버지가 어머니를 돌보러 곧바로 집에 가셔서 함께 식사를 못했으니, 꼭 한번 더 모셔야 한다 는 친구의 제안으로 오늘 재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K친구는 여행을 갈 때나 모임 때 유쾌한 수다로 끊임없이 주위를 밝은 웃음으로 이끌어 주는 친구입니다.
이런 유연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강한 집념으로, 전공과 전혀 다른 화학 분야의 제조업체를 창업해 탄탄하게 운영해 오고 있으며, 지역 R OTC 총동창회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주량도 모르고 호기를 부리던 스무 살 시절, 산성 야유회 패싸움(?)으로 나는 같은 색깔의 셔츠를 입은 K 대신 파출소에 잡혀 하룻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는데, 재작년 미서부 여행 때 한방을 쓰면서 40년 만에 회포를 풀었습니다.
친구 L도 눈 귀가 밝아 총명이 번뜩입니다. 스무 살 시절 섭외부장으로 미팅 티켓을 만들어 팔며 사업성 기질을 선 보였으며, 당시 쓰리쿠션의 전설로 이름을 날리곤 했습니다.
지금은 생고기를 맛있게 잘 굽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모두가 그 주변에 앉으려고 합니다.
이런 친화력과 밝은 재능으로 대학 졸업 후 굴지의 대기 업 계열사 사원으로 입사하여 본사의 핵심 사장까지 지냈던 친구입니다.
스무 살에 만난 친구들이 작년에는 졸업 35 주년홈커밍데이를 롯데호텔에서 치렀습니다.
젊음이 솟구치던 아름다운 청춘의 시절에 만나 희 노애락을 거듭하여 왔기에, 공유할 에피소드와 추억, 부르고 싶은 옛 노래는 더욱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골프 경력은 50년이 넘으며 지금도 월 2~4회 라운딩을 나가고 있습니다.
고향의 두 곳 골프장에서는 최연장 내방객으로 회원 대우를 받고 있으며, 부곡 cc 에서는 기증한 글과 나무 등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도 더 나은 실력을 선보이고자 당초 까다로운 Hill코스에서 Lake코스로 변경하셨는데, 정말 최상이었습니다.
치아 발치로 죽을 드셔서 창백해 보였습니다 만, 친구들의 물개 박수 응원에 힘입어 정확하고 호쾌한 샷으로 파도 몇 번 기록하셨습니다.
우리들이 잘못 친 경우에는 "골프가 그렇게 쉬우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치고 싶어 하겠는가?" 하시며 힘을 북돋워 주시면서, 또 간간이 싱거운 대화가 이어집니다.
"인생과 골프가 비슷한 것이 거리보다 방향, 즉 바른 길이 중요한 것이겠지."
"예, 아버님, 그렇다고 바른 아이가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OB 내고 뒤땅도 쳐야 다른 이에게 즐거움을 줍니 다.ㅎㅎ~"
"그래 즐거움을 주는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살면서 원칙이 바탕이 돼야 하겠지."
" 예, 그래서 저희도 나이가 드니 바른생활 아이가 되어 갑니다. 오늘도 미미한 천 원짜리 내기를 할 뿐입니다. 아버님도 동참하셨으면 제일 많이 따셨을 겁니다. ㅎㅎ~"
두 친구도 오늘도 싱글 성적으로 숏홀에서 동시 버디를 기 록했으며, 나도 드라이브 샷이 쭉쭉 뻗어 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 정말 유쾌하고 뿌듯해하셨으며, 친구들도 선친을 회고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5년 후 백수 기념 골프대회를 열 수 있도록 건강하시라는 덕담도 해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골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를 모시고 라운딩 하는 행복감은 평소의 갑절입니다.
붕우유신, 부자유친의 덕목을 확인하게 해 준 친구들의 다정함, 아버지의 노익장에 감사를 드립니다. 201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