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해야만 하는데...
현대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유튜브 쇼츠, 틱톡 같은 빠른 매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빠르게 변한다. 항상 흥미를 빠르게 채워주고 도파민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참을성이 없고, 구식 방식에 대해 인내심을 갖지 못한다.
당장 이 게임을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모바일 게임 혹은 스팀 게임들이 쏟아지는데 눈길을 줄 것인가. 게임에 접속하는 어려운 길-실제로 커진 용량을 열심히 기다려서 받고, 로그인을 하고, 대기열을 뚫고 접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어렵다.-을 지나와도 사람들의 눈을 바로 사로잡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게임 삭제 버튼이다.
최근 몇 년간 게임 시장은 압도적인 퀄리티의 대작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의 기준 역시 크게 올라갔다. 그래픽, 콘텐츠 밀도, 전투의 손맛, 과금 구조까지 어느 하나라도 시대에 뒤처지면 바로 비교 대상이 된다. 모바일 중심 시장에서는 이미 원신, 붕괴 스타레일이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주었고, 이 게임들과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어려운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아이온2의 첫 인상은-그냥 고전 클래식 MMORPG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커스터마이징과 캐릭터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임.
MMORPG 장르는 특성상 오랜 시간 플레이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반복 콘텐츠를 통해 보상을 쌓아가는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현대 유저들은 긴 시간 투자나 루틴 중심의 플레이를 부담스러워한다. 짧은 시간에 완성도 높은 경험을 주는 장르들이 대세가 되면서 MMORPG는 구조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동 전투 중심의 모바일 MMORPG 포맷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식상함까지 더해졌다. 아이온2를 플레이하기 전에도 모바일, 그럼 리니지m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이 계속 했고(이게 회사가 가진 큰 부정적인 인식일 것이다.) 실제로 게임도 그 잣대로 바라보게 된다. 이 게임은 얼마나 걸릴까? 이 게임은 돈을 얼마나 써야 할까? 이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이온2는 정작 게임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투 방식이나 성장 구조, 파밍 루프가 기존 모바일 MMORPG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익숙한 요소들의 재조합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기존 MMORPG와 차별되는 새로운 재미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기대보다 평범한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해지며 게임성에 대한 실망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아이온2에 바란 바는, 새로운 MMORPG의 이정표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매우 재미있는 것. 아이온이, 블레이드&소울이 주었던 출시때의 느낌을 다시 받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계속 느껴지는 것은 이거...참고 하면 재미있을까? 라는 의문이었다.
게임 전체가 어떤 유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지 명확하지 않아 보였다는 점도 문제다. 2030이 바란 화려하고 손맛이 강렬한, 컨트롤 위주의 게임도 아니고 4050이 바란 쉽고 편한 게임도 아니다. 하드코어와 캐주얼, PC 감성과 모바일 감성 사이에서 명확한 전략을 잡지 못한 채 절충한 결과, 양쪽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모바일이라기엔 너무 할 게 없고 복잡하고, PC라기에는 애매한 컨트롤과 조작감. 게임이 추구하는 핵심 재미가 무엇인지,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방향성 없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동전투를 뺀 리니지2m 같은 느낌이고 특히 전투쪽으로는 컨트롤이 필요한지 아닌지 알기도 어려웠다. 던전에서 패턴을 피하는 것은 많은데 그렇다기엔 조작감은 나빴고, 전투의 타격감도 많이 부족했다. 화려하긴 한데 막상 플레이해보면 재미는 없는 애매한 느낌.
아이온2의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라이브 방송과 개선 의지를 보여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한 입장에서, 이 게임이 누구를 타깃으로 만들었고 기존 MMORPG보다 무엇을 더 나아지게 하려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게임 자체가 크게 잘못된 요소로 가득 찬 건 아니다. 다만 확실한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 현대 유저들에게 메인 퀘스트로 레벨을 올리게 하며 의미 없는 심부름을 반복시키는 방식이 과연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유저들은 이제 이런 구조에 지쳤다. 이곳저곳 이동시키고 몬스터 몇 마리 잡아오라는 전통적 MMORPG식 진행은 더 이상 매력적인 경험이 되지 않는다. 아이온2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해, 그것을 “이 게임의 핵심 재미”로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
‘만렙 되면 재미있어요’라는 말 역시 현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게임이 부족하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유저들은 만렙까지 버티는 짧은 시간조차 감내할 인내심이 부족하다. 그만큼 선택지가 많아졌고, 초반에 재미를 증명하지 못하면 바로 다른 게임으로 이동해버린다.
게임들이 앞으로 성공하려면 초반부터 “이 게임만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경험을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못하다면, 앞으로의 MMORPG는 그저 그런 구식 장르, 시간 많은 아재들이나 하는 게임 정도로 끝나버릴 것이다.
하지만-앞선 글과 무관하게도, 이 게임이 돈을 적게 쓰는 4050의 구식 게임으로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 이정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날이 밝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