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자이너인가? 테크니션인가?
처음 디자인 일을 시작 한건, 2007년이었다.
당시 나는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FIDM에 재학 중이었으며, 지인의 소개로 JOBBER MARKET의 어느 여성복 론칭브랜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Jewish를 투자자로 둔 회사로, 대표님은 이민 가신 한국분이셨다. 당시, 중국에 지사가 있었고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지사를 낼 계획이 있던 곳이었다.
주얼리 장사를 오래 하셨던 사장님이, 여성복 라인을 론칭하는 중이어서, 팀자체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당시 나는 헤드 디자이너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으며, 디자인 관련 업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기적인 일은 매일 마켓 리서치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헤드 디자이너에게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요즘 같이 온라인 마켓이 그렇게 활성화된 시기는 아니라, 직접 주위의 크고 작은 MALL이나 district을 적어도 이틀에 한번, 즉 일주일에 주말을 포함해 5번 이상은 다닌 기억이 있다. 물론 하루에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 이상 하더라도 체력이 되던 시절이었다.
하여튼, 그때만 하더라도, 멋모르는 비기너로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빼면 아무것도 아닌,
패션 디자이너에게 스타일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돌아보면, 어느 때였던가,
약간은 빨랐던 첫 팀장 포지션, 그리고 딱 일 년이 지나고 느꼈던 마음과 생각들이 있다.
아마 2015년 즘이었던 것 같다.
한 팀원에게 디렉션을 주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00주임, 리서치를 몇 시간 하다 보면, 점점 내 스타일 이미지를 스크랩하고 있을 때가 있어,
난 그럴 때,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나 시그니쳐 아이템들 이미지를 모아두고, 그때마다 눈을 워싱해, 내 성향보다는 이 브랜드의 라인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언이랍시고, 판매나 담당 브랜드의 스타일보다는 자꾸 자기 스타일에 치중한 이미지를 스크랩해 오는 친구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한 날이 있었다.
"00 사원, 이거 너무 좋은 아이디 언대, 생산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니, 비슷한 레퍼런스를 좀 더 찾아보자"
역시, 연차가 쌓이면 아이디어보다 현실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나름 대/중견/유니콘 기업들을 다니다가 퇴사하던 시기, 2021년이었던가,,
미국에 있던 대학선배이자 디자이너를 지나 사업을 하고 있던 지인의 질문,
"그래서 제나야 네가 하고 싶은 라인은 어떤 거야?"
분명히 확고했던 나의 스타일보다는 아주 모호해진 taste만 남아 있었다. 사실 그 팀원들을 이끌던 그 당시에 이미 그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 후에도 신입사원 친구에게도, 경력사원 친구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그나마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려면, 자기 브랜드를 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해..
회사에 취업 한 이상 거기에 맞춘 디자인을 해주어야 하거든, 그러다가 보면 내가 추구하던 스타일이
많이 바래져서, 어느 땐가, 내가 디자이너인가 테크니션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
그래서 담당 브랜드에 맞춰 스타일 리서치를 하는 팁을 알려주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회사에 다니면서 효율적인 스킬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각자의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넓히는 것과는 상반될 수 있다는 것을, 이게 맞는 조언인지도 모르겠다는,
물론 바이어 상담이나 담당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을 내어주고, 상품으로 구현하여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일에는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감각과 성장을 위한 건지는 모를 일이었다. 이건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드는 의문이었다.
물론, 헤드 디자이너나 디렉터의 입장은 조금은 더 반영이 되기 때문에 약간은 다르지만, 또 그 포지션은 디자인 외 판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그렇게 되는 과정 속에 최대한 자기 성향과 비슷한 디자이너 브랜드에 취업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비율적으로 그런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지만,
오히려 작은, 아주 크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요즘은 좀 더 각자의 taste를 내어놓는 추세로 보고는 있지만, 역시 그 브랜드가 커지면 크게 다를 게 있을까,
물론, 디자인하는 것에 테크닉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아주 진짜,
그래서 우리는 멋모를 때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막 뽑아내다가, 지식과 시장을 알게 되면서 비교적 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좁혀지기 마련이니깐,
결론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 각 디자이너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는 질문 같다.
당신은 디자이너 인가? 테크니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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