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월에 맛 본 인생
드디어 너의 눈에 뽑기의 세계가 열렸다. 집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 놓인 세 개의 작은 뽑기 중 나는 500원짜리만을 허락해 줬지. 공을 좋아하는 너는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탱탱볼을 하나둘씩 모았는데. 통 안에 가득 보이던 야구공만 그렇게 안 나오더라. 수박공, 거미줄공, 농구공은 이미 두세 개씩 나왔는데 말이야. 오늘도 야구공을 꼭 뽑겠다는 너의 눈엔 분명히 그럴 거라는 확신만이 보인다. 확신이 아닌 확률이 보이는 내 눈엔 이 상황이 조마조마할 뿐이었지. 결국 또 수박공이 나왔고 너의 작은 눈엔 곧바로 눈물이
차오르다 이내 내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단다. 아이고. 야구공이 아니라 수박공이 나온 것이 이리도 서럽게 울일이라니.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 이유가 너무도 하찮아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평생 너의 눈물의 이유가 이 정도의 가벼움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