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빛 매듭

첫 후원, 첫 헌정[:찬란작가님께]

by 도이진

To. 홍빛 매듭: 찬란 작가님께 드리는 마무리 글


최근 성 관련 사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오래 무거웠습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그 이후’로 갈라지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의 경계와 책임을 더 또렷하게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작년의 끝자락에서, 오래 미뤄둔 이름 하나를 꺼내 적습니다.

찬란 작가님께.


브런치 활동에서 제 첫 후원은 찬란 작가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마무리 매듭처럼 작가님께 바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적어두고 싶습니다.

이 글이 다른 작가님들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저에게 이 글은 브런치에서의 ‘기록 방식’ 중 하나이고, 감사가 닿은 방향을 한 번 또렷하게 적어두는, 그저 하나의 글쓰기 활동입니다.


어떤 글은 위로를 하지 않는데도 사람을 살립니다.

정답을 주지 않는데도, 마음의 방향을 다시 세워 줍니다.

작가님의 글이 제게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저는 늘 매끈하게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연민의 마음도 저였고, 주체적인 저도 저였고, 도망치고 싶은 저도 저였습니다.

어떤 면도 다 저인데, 그걸 한 몸에 담고 살아내는 법을 자주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주기도 했고, 돌아서기도 했고, 특히 11월과 12월에 더 자주 사라졌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는데, 저는 그걸 “필요하다”고 말하지 못했고, 대신 멀어지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작년은 ‘쉰다’기보다 ‘부딪힌다’에 가까운 한 해였습니다.

작년 한 해, 저는 한 생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제가 키웠던 고양이였습니다.

저는 세상과 제가 섬기는 분께도 많이 원망을 했습니다.


23년 말에 회사 재계약이 안 됐고, 24년 9월 공공기관에 들어갔지만 직장 내 이슈로 인하여

결국 그만두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묻겠지만, 그때의 저는 옳음을 세우기 전에 제가 더 부서지지 않는 것이 급했습니다. 무엇을 하든 소모되는 느낌이 너무 컸고, 저는 ‘맞서서 이기는 것’보다 ‘빠져나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누군가에겐 약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제게는 최소한의 생존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알바 자리에서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 한 달 내내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폭력은 꼭 소리로만 오지 않는다는 걸.

사람을 때리는 대신, 사람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도 온다는 걸.


하루하루를 망설이게 만들고, 숨 쉬는 방식까지 조심하게 만들며, 결국 사람을 작게 접는다는 걸.


그래도 저는 작년 한 해를 통째로 어둡다고만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방향을 모르면서도, 어떤 문장들을 붙잡고 버틴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말씀을 붙들기도 했고, 동시에 인문학 공부를 하며 사고를 확장하는 계기도 만났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집착이 무엇인지, 고통이 무엇인지, 허무가 무엇인지. (이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신학이 아니라, 제가 살아내기 위해 붙잡은 공부였습니다.)


2025년 한 해가 제게는 잃음과 원망과 선택이 한꺼번에 겹쳐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안에 남은 문장은 하나였습니다.


독립계획만 있자.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제 삶을 제 손에 다시 올려놓기 위한 계획입니다.

올해 저는 타지역으로 옮겨 이사할 계획이 있고, 그 안에서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불안정하고, 아직 정돈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계획”이라는 말이 필요합니다.


작년, 브런치에서 생긴 작은 수입으로 저는 태연 앨범을 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제가 책임지는 일—그게 제게는 작고 분명한 독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앨범 안에서 나비 모양이 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앞에서 한참 멈춰 서 있었습니다. 요즘의 저는 그런 작은 상징 앞에서 자주 오래 머무릅니다.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 앞에서요.



작가님의 글도 그렇습니다.

읽고 나면 세상이 갑자기 친절해지진 않는데, 제가 저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라집니다.

조금 덜 몰아붙이고, 조금 더 숨을 쉬게 하고, “지금의 저도 살아 있네” 같은 확인을 하게 됩니다.


작가님의 글은 제게, 저를 다시 제게로 돌려보내는 힘을 줬습니다.


그래서 작년 연말, 저는 제 수입을 숫자로 적어봤습니다.

29만 6천 원.

그 10%를 봉헌금으로 돌리고 싶어서


‘돌고도네이션’에 기부했습니다.


(이건 인증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 삶의 방향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저는 알았습니다. 기부는 착한 척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브런치 수입을 온전히 기부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남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직 온전히 기부하진 못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흘려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부합니다. 착한 척이 아니라, 제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요.


이 글의 제목을 ‘홍빛 매듭’이라 붙인 이유도 적어두고 싶습니다.

‘홍빛’은 제게 살아 있다는 표시였습니다.

완전히 어둡지도, 완전히 밝지도 않은 시간들—그 사이에서 저는 늘 붉은 기운 하나를 붙잡았습니다.

상처가 남긴 붉음, 부끄러움이 남긴 붉음, 그래도 다시 걷게 만든


따뜻한 붉음.


그래서 저는 작년의 끝을 ‘홍빛’이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저는 자주 도망쳤고, 자주 늦었고, 말보다 침묵이 길었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남는 건, 다시 저를 묶어 세우게 하는 몇 개의 매듭이었습니다.

좋은 문장 하나, 누군가의 안부, 저를 살리는 작은 책임들.

그것들이 제 안에서 붉게 남아, 한 번 더 삶을 이어줬습니다.


신앙의 방향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한 문장만 남깁니다.

저는 작년부터 가톨릭에서 신앙을 이어나갔습니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보육 영향이 제일 컸었고, 외가 쪽 친척분들의 따뜻한 사랑을 직접 경험하였습니다.


작년 제 생일 즈음부터 마음의 방향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 말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가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저를 정직하게 기록하고 싶습니다.


찬란 작가님.

이 글은 한해의 끝에서, 제가 묶어 올린 하나의 매듭입니다.

작가님의 글이 제게 준 그 힘—다시 숨 쉬게 하는 힘—에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저를 다시 한 번 제게로 돌려보냅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내면의 나비는 늘 그 자리에 있음을,

꿈틀대고 변화하고 지치지만 다시 힘내는 것임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 저는 내면의 나비에게, 칭찬 한마디와 토닥토닥을 건네봅니다.


아울러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간격을 한 번만 더 줄여주십사 부탁드려봅니다.


그리고 저는 중년 남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곡해가 섞일 때가 있다는 걸 보았습니다.

아버지를 보면서요.

청년들이 자주 오해받는 것처럼,


누군가의 삶도 너무 쉽게 결론으로 압축되곤 합니다.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조금씩 사라지기를, 저는 조용히 고대합니다.


이 글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문장을 버티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바칩니다.

이 글 또한, 제가 배운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님들께 조심히 바칩니다.


저는 올해 타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 있고,

3월 자격증 시험 계획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코가 꿰인 보관함으로 겸손히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 글을 통해

제가 쓰는 독서노트의 형태를 공유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면의 단단함을 가지고 부딪히고 깨졌던 경험들을 [산문의 형태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올 초 에서, 다가오는 태양빛처럼 매듭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조용필 선생님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올려봅니다.


https://youtu.be/CHxHw5_1jGA?si=-Tvu7oBa2L-1uc_m

대중가요의 산증인

[브런치 독서 챌린지 기록]GoGo !


- 줄거리 요약이나 완독 증명은 하지 않는다.

- 책을 읽다 멈춘 지점 하나에만 집중한다.


작성 기준:

1. 읽다가 멈춘 페이지(또는 장면)를 밝힌다.

2. 멈추게 한 문장 n개를 인용한다.

3. 그 문장이 지금의 나와 어떻게 겹쳤는지 짧게 쓴다.

4. 결론 없이, 오늘의 독서는 여기까지로 마무리한다.


도이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