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ㅡ조용한 방 안의 절규
일본은 조용한 나라입니다.
거리도 조용~
지하철도 조용~
사람도 조용~
잔소리도 없고, 감시도 없고, 아주 정갈합니다.
그런데요,
그 정갈함 뒤에는, 소리 없는 절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방에 들어가서
6개월, 1년, 5년, 10년…
한 번도 밖으로 안 나오는 사람들.
지금 일본에 그런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146만 명,
비공식으로는 200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여러분, 조용하다고 평온한 게 아니에요.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사회일 수도 있어요.
일본은 질서의 나라입니다.
근데 그 질서가 너무 강하면 어떻게 되느냐?
‘다 틀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압박이 생깁니다.
정해진 나이에 입학
정해진 나이에 졸업
정해진 나이에 취업
정해진 방식으로 일하고,
정해진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웃어야 합니다.
근데 거기서 한 번만 삐끗하면요?
길이 없습니다.
재수? 한국은 익숙하죠.
→ 일본은 낙인입니다. “아, 저 친구는 한 번 떨어졌던 애야.”
대학 휴학? 한국은 흔합니다.
→ 일본은 면접에서 바로 묻습니다. “왜 그때 쉬었나요?”
퇴사? 한국은 이직으로 연결되죠.
→ 일본은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실수 하나, 실패 하나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 그래서 사람들은 아예 실패를 피하려고 방 안으로 숨습니다.
일본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뭔지 아세요?
“메이와쿠(迷惑) 끼치지 마세요.”
민폐.
민폐를 끼치면 안 됩니다.
수업 중 질문? → 시간 뺏는 민폐
회사에서 의견 제시? → 흐름 깨는 민폐
친구에게 고민 상담? → 감정 짐을 지우는 민폐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실수보다, 폐를 끼치는 걸 더 무서워합니다.
“내가 부족해서 남에게 불편을 주느니…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낫다.”
그 선택이 바로 히키코모리예요.
밖에 나가면 남에게 민폐가 될 것 같으니까
그냥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옛날 같으면요?
일 안 하고 밥만 먹고 있으면
아버지가 문 따고 들어가서 등짝을 때렸어요.
근데 지금은요?
“사회가 너무 매몰차니까, 부모라도 품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밥 차려주고
용돈 주고
집세 안 받고
조용히 살아도 그냥 두는 겁니다.
그 결과, 생긴 게 뭡니까?
8050 문제
→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돌보는 기이한 구조
→ 부모가 먼저 죽고 나면? 남은 히키코모리는 생계 단절로 바로 고립
방 안에서 20년을 지낸 그 사람은,
한 번도 성인으로서 사회를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은 땅은 넓지만, 마음의 땅은 좁습니다.
다른 도시로 이사 가도?
→ 전출 신고 + 신원조사 + 주민회 가입
→ 동네 사람들이 다 압니다. “아~ 저기 신입 주민~”
회사 이직?
→ 전 회사 평판이 따라옵니다.
→ “저 사람, 전에 어디 다녔던 사람이야.”
새로운 시작이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밖에 나가면 들킬 것 같고,
어디 가도 나를 알아볼 것 같고,
내 실패가 따라다닐 것 같고…”
그러면 방 안이 차라리 더 편해지는 거예요.
“사람이 방 안에 들어가면,
문제는 그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
밖에 있는 세상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우린 자꾸 말합니다.
‘게으르다, 나약하다, 정신력이 부족하다.’
근데 그게 아니라
‘빠져나올 사다리조차 없었다’는 걸
우리는 왜 못 봐주는 걸까요?”
히키코모리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도 점점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취업 실패 = 인생 실패
자퇴 = 탈락자
이직 = 충성심 없음
정신건강 문제 = 약자 취급
이게 반복되면,
우리도 ‘말 안 거는 사회, 찾지 않는 사회’가 됩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그 문을 열라고 외치기 전에,
밖이 안전하다는 걸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