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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없는 거리에서 마주한 질서

by 다다미 위 해설자

일본 여행 가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거리는 깨끗~한데,

이상하게 쓰레기통이 없어요.


도쿄역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 먹고 나니까

손에 포장지가 남았는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버릴 데가 없는 겁니다.


지하철역에도 없고, 공원에도 없고,

길거리는 정갈한데,

쓰레기통은 안 보입니다.


그때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죠.

“어라?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해 놨어?”

“아니, 이거 어디다 버리라는 거야?”


그렇게 20분 가까이 포장지 하나 들고 걷다가

그 거리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됐습니다.



일본은 1995년, 사린가스 테러 이후

도심의 공공 쓰레기통을 대부분 없애버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쓰레기통이 없어진 다음부터 거리가 더 깨끗해졌다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쓰레기통이 없는데 거리가 더 깨끗하다?


네. 일본에선 됩니다. 왜?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들고 간다.”


이게 일본식 질서입니다.


한국은요?

쓰레기통 여기저기 다 있죠.

공공청소도 빠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해요.


“이건 누가 좀 치워야지.”

“이거는 시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일본은 다릅니다.

누가 치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건 내가 감당하는 사회예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치우고,

감시가 없어도 줄을 섭니다.

카메라가 없어도 조용히 움직여요.


이건 법이 아닙니다.


문화입니다.


강요된 질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쌓아 올린 품격입니다.


저는 그날

손에 포장지 하나를 들고 20분을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불편함을 참는 능력까지도 예의로 배운 사람들이구나.”



그날 제가 들고 다닌 건

단순한 삼각김밥 포장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일본이라는 나라가

오랫동안 지켜온 '책임'이라는 철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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