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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지하철에서 배운 것

by 다다미 위 해설자

도쿄에서 지하철을 탔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정적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많았다

학생, 회사원, 노인, 젊은 부부.

그런데 아무도 말이 없다.


‘왜 이리 조용하지?’

속으로 중얼거리려는 순간,

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말을 삼킨 건 나였다.


누군가가 조용히 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전화기를 껐다.’

받지도 않고, 끊지도 않고,

그냥 꺼버렸다.

그 손동작 하나에, 이곳의 룰이 있었다.


조용해야 한다.

가 아니라,

남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자.

그게 몸에 밴 사람들.


그 조용함 속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서서 졸았다.


눈을 감고 자던 옆 사람은,

정류장이 가까워지자

기적처럼 눈을 떴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아, 이건 훈련된 침묵이구나’ 싶었다.


이 침묵은 차가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공기가 있었다.


‘지금 내 옆 사람이 얼마나 피곤할까.’

‘아까 그 알림음이 혹시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말은 없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질문이

이곳에는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하철이라는 조용한 공간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말없이도, 따뜻할 수 있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질 수 있다.


지하철은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그곳은 배려의 공간,

말 없는 인사가 오가는 작은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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